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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헨리SNS

[스포츠서울 | 황혜정 인턴기자] 어설픈 사과가 독이 됐다.

중국계 캐나다인 가수 헨리(32)가 대중이 무엇 때문에 화가 났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되레 억울함만 토로했다. 심지어 일부 문장은 대중을 탓하는 뉘앙스가 풍겨 사과문의 역풍이 불었다. 소속사가 뒤늦게 수습하려 공식입장을 발표했으나 이 또한 알맹이 없는 사과에 불과했다.

지난 15일 헨리가 서울 마포경찰서 학교폭력 예방 홍보대사에 위촉되자 경찰서 홈페이지에 민원이 빗발쳤다. 최근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후 반중 정서가 심해진 가운데, 그간 ‘친중 행보’로 논란이 일었던 헨리가 위촉된 것에 대한 의문의 표시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헨리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직접 사과했지만 그간 논란이 되어왔던 ‘친중 행보’에 대한 언급이 아닌 뜬금없이 중국계인 자신에 대한 한국인의 중국인 혐오로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였다. 헨리가 지난 19일 올린 게시글에 따르면 그는 “내 행동이나 말 때문이 아니라, 내 피 때문이라는 걸 알게 돼 마음이 아프다”라고 적었다.

논란이 더욱 가중되자 헨리의 소속사 몬스터엔터테인먼트는 2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앞서 헨리가 직접 SNS를 통해 심경을 토로하였는데, 부정확한 표기와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혼란을 초래한 점 송구스럽다”며 “답답한 마음에 오해를 먼저 풀고 싶은 생각이 너무 앞섰다”고 사과했다.

헨리는 2018년 남중국해 영토 분쟁 당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는 포스터를 웨이보에 게재했다. ‘중국을 사랑한다’는 글이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중국 팬들을 겨냥한 행보를 보여왔다. 특히 헨리가 고정 출연하고 있던 중국의 한 예능 프로그램이 한국의 부채춤을 ‘조선족 전통춤’으로 소개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실제로 헨리는 중국 진출 이후 각종 명품 브랜드를 비롯해 광고계와 각종 행사자리에서 ‘러브콜’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헨리. 그러나 이러한 그의 태도는 ‘동북공정’ 같은 중국의 일방적 대한민국 역사 복속시도와 이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는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억울한 건 헨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까.

홍콩인 아버지와 대만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어도 두 나라의 독립을 부정하고 하나의 중국을 옹호하는 자신의 주장을 철회할 생각이 없어보이는데 이쯤되면 헨리에게 ‘피’ 한 방울 안 섞인 한국 역사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