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창피하고 싶지 않았다”
KT 1년 계약 제시→전격 은퇴 선언
마지막 현대 출신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

[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창피하고 싶지 않았다.”
‘상남자’다. 전격적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최소 1년 더 뛸 수 있었다. 기록도 세울 수 있었다. 내려놓고 떠나기로 했다. 황재균(38)이 뜨거운 눈물과 함께 소감을 남겼다.
2006년 프로에 왔다. 현대에 지명되면서 프로 커리어 시작. 히어로즈를 거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016시즌 후 메이저리그(ML)에 도전했고, 2018년부터 KT에서 활약했다. 2025년까지 8년이다. 2021년 통합우승 주역이기도 하다.
2025시즌 112경기, 타율 0.275, 7홈런 48타점, OPS 0.715 기록했다. 백업으로 밀리기는 했다. 그래도 여러 포지션에서 자기 몫을 했다. KT도 그냥 보낼 수 없었다. 1년 계약을 제시했다. 결정은 황재균이 내렸다.

황재균은 구단 채널을 통해 “나이가 들고 은퇴라는 고민을 오랫동안 계속했다. KT에서 좋은 제안을 주셨다.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성적을 내면서 고민하게 됐다. 1군에서 뛰면서 마무리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은퇴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결정 후 많이 슬펐다. 30년 동안 야구했다. 그만두는 결정을 했을 때 ‘이게 맞나’ 하는 생각도 했다. 창피하게 은퇴하기 싫어서 결정하게 됐다. 마지막 현대 선수가 됐는데, 수원에서 시작해 수원에서 끝낸다. 행복한 야구인생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뜨거운 눈물도 흘렸다. “안 울려고 했는데 좀 그렇다. 별로다”고 했다.

2025년 10월3일이 자신의 현역 마지막 경기가 됐다. 황재균 스스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꼽았다. 4-6으로 뒤진 9회말 마지막 타석. 1사 1,2루에서 유격수 땅볼을 쳤다. 1루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가는 투혼을 보였다. 세이프 되면서 병살을 막았다. 대주자 윤준혁과 교체됐다.
황재균은 “20년 프로 생활의 마지막 경기다.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쳐서 끝내고 싶었다. 욕심이 과했는지 땅볼이 나왔다. 2025시즌이 나로 마무리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너무 이기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또한 “1년만 더 100안타를 쳤으면 우타자 최초 15년 연속이다. 그게 아쉽기는 하다. 내 스스로 야구 인생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게 됐다. 행복하게 야구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미소 지었다.

아울러 황재균은 “2025년 백업으로 시작하면서 힘든 나날도 보냈고, 스트레스도 많았다. 마지막은 내가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끝낼 수 있어서 만족한다. 꾸준하고,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내가 39살인데 야구만 30년 했다. 야구는 내 인생의 전부였다”며 “지금까지 야구선수 황재균을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앞으로는 나도 한 명의 팬으로서 함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