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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최고 전성기는 2007년~2011년이다.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팀의 두 번째 월드시리즈(WS) 우승(2008년)을 차지했다. 또한 구단 사상 최초로 2년 연속 WS에 진출한 시기이기도 하다.

필리스는 2008, 2009년 2년 연속 WS에 진출한 뒤 2010년에도 97승으로 여유있게 내셔널리그(NL)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NL 챔피언십에서 정규시즌 92승을 거둔 SF 자이언츠에 덜미를 잡혀 2승4패로 무릎을 꿇고 3년 연속 WS 진출 도전이 좌절됐다.

2010년 필리스 마운드는 정상급이었다. 에이스 로이 할러데이와 2008년 WS MVP 좌완 콜 하멜스와 시즌 도중 휴스턴 애스트로스에서 트레이드한 로이 오스왈트까지 선발 로테이션 축을 이뤘다. 그러나 구단은 WS 탈환엔 부족하다고 판단해 오프시즌 프리에이전트 최대어인 사이영상 경력의 좌완 클리프 리를 영입했다.

리는 명문 뉴욕 양키스의 오퍼를 거절하고 한 때 몸담았던 필리스와 5년 1억2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리의 가세로 필리스 선발 로테이션은 MLB 역대급 최강을 구축했다. 할러데이-리-하멜스-오스왈트를 두고 ‘포 에이스 로테이션’으로 불렀다. 5선발도 공이 빠른 23세의 영건 우완 빈스 월리였다. 약점을 찾을 수 없는 로테이션이었다. 마무리 라이언 매드슨도 특급이었다.

언론은 1990년대 최강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그렉 매덕스-톰 글래빈-존 스몰츠-스티브 에이버리로 이어진 선발 로테이션을 능가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2011시즌 뚜껑을 열자 필리스 마운드의 위력은 대단했다. 할러데이 19승6패 평균자책점 2.35, 리 17승8패 2.40, 하멜스 14승9패 2.79, 오스왈트 9승10패 3.69, 월리 11승3패 3.01의 성적을 작성했다. 할러데이-리-하멜스 트리오는 나란히 200이닝 이상씩을 투구했다. 11년 전 필리스 마운드다. 요즘에는 2명의 선발 투수가 200이닝을 던져도 큰 일이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포스트시즌에서 필리스는 좌절했다. NL 디비전시리즈에서 가을야구의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2승3패로 져 WS 진출이 또 한 번 무산된다. 필리스의 홈에서 벌어진 5차전은 MLB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고의 명승부였다.

친구 사이인 할러데이와 세인트루이스 크리스 카펜터가 맞붙어 1-0으로 승부가 마감된다. 필리스는 할러데이(8이닝 1실점)와 마무리 매드슨(1이닝)을 투입해 카펜터와 맞섰으나 영패를 당하고 만다. 카펜터는 삼진 단 3개만 기록하고 안타도 3개만 허용하며 완봉승을 거둔다. 그해 WS는 가을의 영웅이 된 데이비드 프리스의 활약으로 세인트루이스가 텍사스 레인저스를 제치고 차지한다.

필리스는 리를 영입한 2011년 정규시즌 102승의 최고 성적을 거두고도 빈손으로 내려오자 전력이 급전직하했다. 2011년 이후 10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2011년 필리스 스토리를 길게 푼 이유는 2022시즌 SSG와 상황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민경삼 대표는 김광현에게 인센티브를 포함한 4년 총연봉 151억 원에 사인한 이유는 한국시리즈(KS) 정상 탈환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순히 가을야구 진출이 아니고 우승을 향해 거액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SSG의 공격력은 2021시즌 최다 대포(185개)로 흠잡을 게 없다. 김광현 영입으로 윌머 폰트-이반 노바 등 선발 트리오는 최강이다. 라스베이거스 도박사들 방법대로라면 김광현 영입 이전 SSG의 우승 확률은 10:1에서 계약과 동시에 KS 확률이 5:1로 줄어든 셈이다. 그러나 2011년 필리스는 역대급 마운드를 구축하고도 디비전시리즈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그게 야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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