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1999년 4월2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서 3회 초 한 이닝에 연속 만루 홈런을 허용한 LA 다저스 박찬호의 표정.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1999년 4월24일(한국시간).

23년 전 이날을 기억하는 야구팬은 자타가 인정하는 메이저리그(MLB) 골수팬이다.

다저스타디움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전에 등판한 LA 다저스 박찬호는 이날 그 유명한 ‘한만두’의 주역이 됐다. 한만두는 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아버지 타티스 시니어(47)에게 한 이닝에 2개의 만루홈런을 허용한 참사를 일컫는다. 한 이닝 만루홈런 두 개 허용을 팬들은 ‘한만두’로 고쳐 불렀다.

1999년은 북미 스포츠 사상 최초로 다저스와 1억 달러 계약을 맺은 에이스 케빈 브라운이 가세한 시즌이다. 카디널스전은 박찬호의 시즌 4번째 등판이었다. 빅맥 마크 맥과이어가 버틴 카디널스 타순이라 장타를 조심해야 했다.

25세의 박찬호는 158㎞(98마일)의 빠른 볼로 타자를 윽박지를 때였다. 다저스는 1,2회 1점씩을 추가해 2-0으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3회 초 들어 선두타자 대런 브랙에게 우전안타, 에드거 렌터리아 몸에 맞는 볼, 맥과이어에 또 다시 우전안타로 만루 위기에 몰렸다.

이 경기 클린업히터로 등장한 3루수 타티스와 맞붙었다. 이 때까지 타티스는 만루 상황에서 통산 1개의 홈런도 없었다. 빠른 볼에 강한 타티스는 박찬호의 몸쪽 패스트볼에 주저없이 스윙했다. 맞는 순간 홈런이었다. 다저스 불펜에 떨어졌다.

만약에 타티스의 홈런이 터졌을 때가 5회였다면 데이비 존슨 감독은 선발 박찬호를 당연히 교체했을 것이다. 그러나 초반이었다. 바꾸면 불펜이 긴 이닝을 책임져야 되는 터라 선발 박찬호를 밀고 나간 게 화근이었다. 운명의 장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3회 또 다시 만루 위기에 몰렸고, 타티스와 다시 맞붙었다. 당시 포수는 수비형이 아닌 공격형 토드 헌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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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닷컴 캡처

헌들리는 박찬호에게 슬라이더를 주문했다. 그런데 슬라이더는 제구가 높게 된 이른바 ‘행잉 슬라이더(Hanging slider). 타티스는 놓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타구가 좌중간을 가르며 스탠드에 꽂혔다. MLB의 역사적인 날이 되는 순간이었다. 전무후무한 한 이닝 2개의 그랜드슬램. 존슨 감독은 한 이닝에 2개의 홈런을 허용한 박찬호를 그 때야 교체했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표정은 이미 일그러져 있었다.

경기는 3회 대거 11점을 뽑은 카디널스가 12-5로 이겼다. 박찬호는 2.2이닝 8안타 3볼넷 2삼진 11실점(6자책점)으로 비운의 패전투수가 됐다.

타티스는 1999년 생애 최다 34개의 홈런을 때렸다. MLB 11년 통산 홈런은 113개. 훌륭한 아들을 둔 타티스는 MLB 11년 동안 올스타게임이라든지 훈장은 없다. 그러나 전 세계 야구사에 통틀어 한 이닝에 2개의 만루홈런을 때린 주인공으로 남아 있다. moonsy10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