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503_오재일05
삼성 오재일이 3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전에서 6회말 좌중월 홈런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2022시즌 삼성의 특징이 있다. ‘뒤집기의 명수’가 됐다. 리그 최다 역전승의 주인공이 삼성이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은 일이 아니다. 먼저 점수를 주는 빈도가 너무 잦다. 특히 1회부터 지고 들어간다.

올 시즌 삼성은 11승(16패)을 올렸다. 이 가운데 역전승이 무려 8승이다. 72.7%다. 지고 있어도 역전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먼저 점수를 줬을 때 결과를 보면 7승 14패, 승률 0.333이다. 뒤집지 못하고 그대로 패한 경기가 훨씬 많다.

핵심은 1회다. 27경기 가운데 1회 실점한 케이스가 15번이나 된다. 비율로 보면 55.6%에 달한다. 압도적이다. NC(27경기 중 1회 실점 12경기)와 함께 1회 실점이 10회 이상인 유이한 팀이다. 비율로도 50% 이상인 팀은 삼성 외에 없다. 참고로 1위 SSG는 1회 실점 비율이 18.5%다. 잘 막고 넘어간다는 의미다.

최근은 더욱 심하다. 8경기에서 1회에 점수를 주지 않은 경기가 딱 1경기다. 팬들 사이에서 “오늘도 1회 먼저 점수 주고 시작한다”, “제발 1회 좀 잘 넘겨보자”는 푸념이 나온다. 이상할 정도로 경기 첫 이닝이 만만치 않다.

진짜 문제는 당장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삼영 감독은 “매 경기 초반에 실점이 나오는 것이 가장 안 좋은 부분이다. 고민을 많이 하고, 원인을 찾고 있다. 명확한 답은 없는 상태다”고 털어놨다.

이어 “초반 제구가 흔들리거나, 장타를 허용하는 경우가 있다. 투수의 숙명이다. 1회 고비가 쉽지 않다. 1회 선두타자 출루 허용과 2사 후 실점, 이 2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더 집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덧붙였다.

점수를 주고 싶어서 주는 경우는 없다. 잘하려 하다가 준다. 특히나 모든 투수에게 1회는 어렵다고 한다. ‘1회만 잘 넘기면 순항한다’는 투수가 리그 전체로 봐도 적지 않다.

그래도 너무 심하다. 최근 페이스가 더 그렇다. 그나마 타선이 힘을 내면서 역전승을 거두는 경우가 많기는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초반에 점수를 뽑고, 지켜내면서 이기는 것이다. 타선 폭발로 다득점에 성공하면 금상첨화다. 리드를 안고 순항하는 것과 지는 상황에서 뒤집는 것은 소모되는 힘과 에너지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넓게 보면 타격 부진이 두루 여파를 미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주축 타자들이 대거 부진한 상황. 1점을 뽑는 것이 어렵다. 당연히 투수들은 ‘1점도 주면 안 된다’는 압박을 안고 경기를 시작한다. 부담은 부진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나마 호세 피렐라가 맹타를 휘두르고 있고, 김지찬도 페이스가 좋다. 오재일도 3일 경기에서 19일 만에 대포를 쏘는 등 멀티히트-멀티타점에 성공했다. 조금씩 살아나는 기미가 보인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

잔여 경기에서 삼성이 먼저 점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뽑고’ 시작할 수 있을까. 그렇게 해야 안정적인 경기가 가능하고, 더 많은 승수를 쌓을 수 있다. ‘역전의 명수’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역전까지 가야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베스트다. 지금 삼성이 이쪽이 잘 안 된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