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LG 오지환, 기선 제압 성공!
LG 오지환(오른쪽)이 지난달 2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홈런을 뽑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기자] “한 가지 목표가 더 있어요.”

LG 류지현 감독은 국가대표 유격수로 성장한 오지환(32)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그가 성장하기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코치 선수로 함께했다. ‘국대 유격수’라는 타이틀을 따내 올림픽무대를 밟은 오지환의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다.

오지환은 구단과 류 감독이 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유격수다. 당연히 우여곡절이 많았다. 류 감독은 “(오)지환이가 입단했을 때는 작전코치여서 관찰자 입장이었다. 수비코치를 맡았을 무렵에는 오지환의 포지션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팀 내에 있었다. 그때 반대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1차 지명으로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2009년 다섯 경기에서 KBO리그를 경험한 오지환은 2010년부터 LG의 유격수 육성 프로젝트 중심에 섰다. 김재박-류지현으로 이어진 LG 유격수 계보를 이을 프랜차이즈 스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포토]류지현 감독에게 스승의 날 선물로 승리를 바치는 LG
LG 류지현 감독(왼쪽)이 오지환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2010년 125경기를 소화했지만 실책 27개를 범해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가 따랐고, 2011년 63경기 출장에 그쳐 포지션 변경 이슈가 생겼다. 타고난 손목힘을 타격에 집중할 수 있도록 포지션을 바꾸자는 얘기가 나왔지만, 코치였던 류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동기(이학주 허경민 김상수 안치홍 등)에 비해 고교시절 때 전문 내야수 훈련을 받지 않았던 선수다.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고, 가진 게 많은 선수여서 기본기를 착실히 다져 경험을 쌓으면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고 말했다.

매년 두 자릿수 실책을 범하고, 때로는 클러치 실책과 호수비를 번갈아가며 해 ‘경기를 지배한다’는 달갑지 않은 별칭도 얻었지만, 2020년 3할 유격수로 등극하며 공수 모두 국내 최고 수준으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팀 발탁 논란을 실력으로 제압하고, 도쿄올림픽 주전 유격수로 활약해 가치를 입증했다. LG와 류 감독의 10년 공이 빛을 발한 순간이기도 하다.

타고난 운동능력에 경험을 쌓으니 자타공인 최고 유격수로 자리매김했다. 적장들도 “젊은 유격수 중에는 오지환이 가장 돋보인다”는 평가를 한다. ‘국대 유격수’라는 타이틀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포토]LG 오지환, 잘 잡고 잘 던지고!
LG 유격수 오지환(오른쪽)은 타고난 운동신경에 경험을 더해 국내 최고 유격수 중 한 명으로 성장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하지만 류 감독은 한 가지 욕심을 더 냈다. 그는 “톱클래스 유격수인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최고라는 수식어를 받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자타공인 최고’로 평가받으려면 한 가지 관문을 더 넘어야 한다는 게 류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명실공히 최고라는 칭호를 받으려면 골든글러브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오)지환이가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받을정도로 활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환이가 골든글러브를 받으면 기꺼운 마음으로 꽃다발을 들고 단상에 올라갈 것”이라며 웃었다.

KBO리그 골든글러브는 공격력이 더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오지환은 8일 현재 타율 0.249로 하위권이다. 8일 광주-KIA전에서 2루타 1개를 포함해 멀티히트(한 경기 2안타 이상)를 기록했지만, 타격지표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를 골든글러브라는 동기부여로 대신한 셈이다. 류 감독의 바람을 오지환은 이룰 수 있을까. LG의 마지막 유격수 골든글러버는 1999년 류지현(2년 연속 수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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