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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LG 문성주는 왜 대타로 나왔다가 바로 들어갔을까.
지난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2차전, LG가 키움에 2점차 지고있던 5회말 1사 만루 상황. 역전의 기회에서 LG 좌타자 문성주가 선발 출장한 9번 타자 김민성 대타로 나왔다. 그러자 키움이 마운드에 있던 우투수 양현을 좌투수 이영준으로 교체했다. 그 즉시 LG는 문성주를 내리고 우타자 이재원을 타석에 세웠다.
올시즌 타율 0.303으로 타격감이 좋은 문성주 카드를 버리면서까지 대타를 두 번이나 바꾼 LG의 전략. 이 선택에 대해 LG 류지현 감독은 “문성주를 믿지만, 5회말 상황이 만루라 키움이 이재원을 쉽게 상대하지 못할 것 같았다. 상대가 부담을 느낄 것이란 계산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타자 이재원을 최종적으로 염두에 두었다는 것. 즉 우선 좌타자 문성주 카드를 꺼낸 뒤, 키움이 좌투수를 내보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타자 이재원을 내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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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같은 손 투수는 같은 손 타자에게 강하다’는 공식을 역이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투수는 우타자에게, 좌투수는 좌타자에게 강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를 반대로 뒤집으면, 좌투수는 우타자에게 약할 수 있다. 좌투수를 상대로 우타자가 강하다는 속설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좌투수가 변화구를 던지면 좌타자 기준, 공이 바깥쪽으로 휘면서 들어간다. 눈에서 점점 더 멀어지기 때문에 타자의 헛스윙이나 정타를 유도할 수 있다. 몸쪽 승부에서도 타자의 경우, 자신의 등뒤로 공이 날아오는 착시 때문에 움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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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좌투수-우타자 조합(또는 우투수-좌타자 조합)은 타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날아오는 궤적이 대각선이기에 단 0.01초라도 더 공을 볼수 있다. 공을 던지는 투수의 손도 상대적으로 잘 보이는 편이다. 타자들이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갖고 타석에 설 수 있다.
그런 역학 관계 때문에 각 팀 감독은 상대 선발 투수가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를 보고 라인업을 짠다. 지난 24일 PO 1차전과 25일 PO 2차전의 선발 라인업을 보면 LG의 경우 확연히 다른 라인업을 짠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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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이 1차전에는 우투수 타일러 애플러를 선발로 내자 LG는 7명의 왼손 타자를 선발라인업에 올렸다. 이름에 파란색 표시가 된 선수들이 좌타자, 좌투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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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차전에서 키움이 좌투수 에릭 요키시를 선발로 올리자 LG는 문성주와 서건창을 제외하고 이 자리에 우타자 이형종과 김민성으로 채웠다. 요키시가 우타자에게 약한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향후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투수에 따라 어느 손 타자가 나오는지 살피는 것도, 하나의 재미 요소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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