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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김천=정다워기자] 기업구단으로 전환한 대전 사령탑으로 지낸 지난 2년은 말 그대로 고생이었다. 대전은 K리그2에서는 가장 많은 운영비를 지출하기 때문에 ‘당연히’ 승격해야 하는 팀이라는 시선을 받아왔다. 다른 팀에 비해 선수층이 두꺼운 만큼 성적이 좋은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부진하면 곧바로 질타를 받는다.

그렇다고 대전이 이민성 감독 부임 후 나쁜 성적을 낸 것도 아니다. 지난시즌 대전은 정규리그 3위에 자리했다. 이번시즌에는 2위에 올랐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우승, 다이렉트 승격을 하지 못한 탓에 이 감독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재수 끝에 이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미션을 완수했다. 대전은 29일 김천에서 열린 김천 상무와의 K리그 승강플레이오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1차전 2-1 승리에 이은 압승으로 대전은 승격의 주인공이 됐다.

쓰는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둘 확률은 올라가지만 100% 맞는 공식은 아니다. K리그를 넘어 유럽 리그를 봐도 예외는 늘 존재한다. 이 감독이 “과거에 선수로서 여러 일을 경험했지만 저는 오늘이 가장 기쁘다”라며 웃은 것도 승격이 그만큼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뚝심’ 하나로 2년을 버텼다. 무엇보다 지도자로서 성장하고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승강플레이오프에서 역전 당한 아픔을 기억하며 반복하지 않는 학습 능력을 선보였다. 1차전 승리에도 팀의 리더로서 들뜨지 않았기에 대전 구성원 모두가 진중하게 2차전에 임할 수 있었다.

전술적으로도 완성도를 올렸다. 특히 시즌 막판에 이 감독이 보여준 축구는 수준 높았다. 스리백의 한 축인 김재우를 사이드에 배치하고 원래 사이드백인 서영재를 중앙으로 이동시키는 전술은 막판 기세를 올리는 원동력이 됐다. 승강플레이오프에서는 수비 빌드업이 약한 김천의 약점을 간파하며 강력하면서도 조직적인 압박을 구사해 재미를 봤다.

2차전에서는 공격 자원을 교체하며 역습으로 경기를 끝내는 과감함도 있었다. 적장인 김태완 김천 감독조차 “이길 팀이 이겼다”라며 패배를 인정할 정도였다.

사실 이번에 승격하지 못했다면 이 감독의 지도자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다. 이 감독 스스로도 “여기서 승격하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도 있었다”라고 털어놨을 정도다.

하지만 그는 대전의 승격을 이끈 지도자로 K리그 역사에 기록됐다. 대전과 이 감독의 계약은 올해로 종료되지만 승격에 성공한 만큼 한 재계약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다. K리그1에 입성하는 2023년. 이 감독은 다시 한 번 진화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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