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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데뷔 18년차 가수, 연기자, 예능인으로 종횡무진 활동했던 이승기의 ‘정산 0원’ 소식은 그 자체로 가요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2004년 1집 ‘나방의 꿈’으로 데뷔, ‘내 여자라니까’, ‘연애시대’, ‘결혼해줄래’ 등 다수 히트곡을 보유한 이승기지만 소속사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금액만 최소 1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교 시절 학생회장을 할 만큼 영특했고 은행원인 부모님 영향으로 이재에 밝았던 그가 자신의 가수활동이 마이너스라는 소속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것일까? 이승기와 장시간 일했던 연예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승기 사태’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18년동안 음원수익 정산 0원이라는 이승기...소속사 말 순순히 믿었나

이번 사태를 최초 보도한 디스패치에 따르면 이승기는 한차례 후크 측에 투명한 정산을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후크는 그를 ‘마이너스 가수’라고 지칭하며 수익을 나눌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승기와 가까운 20년 차 가수 A씨는 “이승기가 그간 소속사로부터 음원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2009년 표준계약서가 도입되기 전 데뷔한 가수들 중에서는 소속사와 음원수익 배분 자체를 터무니없이 체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내 경우 1집 앨범이 10만장 이상 팔려야 음원 수익을 정산한다는 조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A씨의 1집 앨범은 18만장이 팔렸지만 소속사가 음반 PR비 명목으로 수익을 정산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나는 행사, 방송 수입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적은 음원수입은 챙기지 않았다. 이승기 역시 연기자, 예능인으로 활동했고 광고 수입도 컸기에 음원수익이 적자여도 크게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승기가 ‘정산0원’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여부다. 이는 다소 주장이 엇갈린다. A씨는 “이승기가 지난해 이 사실을 안 뒤 회사를 나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승기와 장시간 일한 경험이 있는 B씨는 “영특한 이승기가 2021년에서야 알았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최소한 군 제대 후에는 알았으리라 본다. 때를 보고 ‘정산0원’ 카드를 꺼낸 게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이승기 스승, 이선희는 정말 몰랐나

이승기는 고교 시절, 대학로 소극장에서 밴드활동을 하던 모습이 소속사 후크의 권진영 대표 눈에 띄어 가수로 발탁됐다. 당시 이승기는 “가수를 해보지 않겠냐”는 권대표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지만 후크 1호 연예인인 이선희의 팬이었던 어머니의 권유로 권 대표의 품에 안겼다.

이후 그는 가수로 데뷔 전까지 이선희의 특급 트레이닝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발한 후크는 이승기의 활약에 힘입어 차근차근 회사를 키웠고 지난해 440억원에 초록뱀 미디어에 인수됐다.

때문에 그의 스승인 이선희가 ‘정산0원’ 사태를 정말 몰랐을지도 관심사다. B씨는 “이선희 씨가 후크 1호 연예인인 것은 맞지만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사과문 발표한 권진영 대표...사태 어떻게 매듭지을까

후크는 지난 21일 권 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권대표는 사과문에서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이기에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면서도 “현재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한 정리 단계인 점과 앞으로 법적으로 다뤄질 여지도 있어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후크나 저 개인이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명확히 확인되면, 물러서거나 회피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연예계는 이번 사태가 순순히 매듭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18년이란 긴 시간동안 한솥밥을 먹었다는 건 그만큼 서로의 ‘못 볼 꼴’을 보고 ‘미운 정’도 많이 들었다는 의미기도하다. 대다수 연예계 종사자들은 “원만하게 해결되면 좋겠지만 서로에게 어느 정도 생채기를 낸 뒤 마무리될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후크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