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18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배우 이승기와 음원 정산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권진영 대표는 연예계 여성 매니저 가운데서도 개성이 가장 또렷한 매니저 중 한 명이다.
2002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출발한 후크 엔터테인먼트(이하 후크)는 규모는 작지만 알찬 회사로 업계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했다.
1호 연예인 이선희를 시작으로 처음이자 유일한 연습생 출신 이승기, 이서진, 윤여정 등이 소속돼 있다.
톱스타 고현정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혼 후 연예계에 복귀했을 때도 권진영 대표와 손을 잡았다. 지금은 중견기자가 된 TV조선 조정린 기자가 방송인 신분이었을 때 그의 매니지먼트를 도맡은 곳도 후크다.
덕분에 후크는 시장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해 초록뱀 미디어에 440억원에 인수됐다. 그 배경에는 권 대표의 강한 추진력, 남다른 기획력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장점과 달리 직원들에 대한 폭언과 갑질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23일 디스패치를 통해 폭로된 녹취록은 “일상이었다”고 후크를 거쳐 간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트로트 가수 회사 직원으로 출발, 이선희 금전적으로 어려울 때 손 내밀어권진영 대표는 한 유력 트로트 가수 회사의 직원으로 연예계에 발을 내딛었다. 그를 기억하는 연예관계자들은 “유명 중견 트로트가수 회사의 직원에서 출발해 이선희 씨의 매니저를 맡으면서 회사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이재에 밝은 편이라 부동산 투자에도 일가견이 있던 권대표는 이선희가 이혼 후 금전적으로 어려웠던 시절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인연이 20년간 한솥밥을 먹게 된 배경이다.
남다른 추진력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애를 먹은 적도 많았다. 이선희가 털어놓은 ‘시의원 출마’ 에피소드가 그 예다. 당시 이선희는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었는데 소속사가 상의도 없이 시의원 후보에 등록했다. 내가 안 하면 여러 사람이 힘들어지는 상황이라 출마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소통방식에는 상당히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고성과 폭언은 일상이었다고 한다. 한 연예관계자는 “고현정의 매니지먼트를 맡았을 때는 광고주 앞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가져온 스타일리스트에게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승기와 함께 장시간 일했던 한 연예관계자는 “이승기도 처음 회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을때는 권대표에게 많은 폭언을 들었다”며 “이승기가 스타덤에 오른 뒤에는 덜했지만 직원들에게는 여전했다”고 말했다.
‘독불장군식’ 리더십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는 게 공통된 이야기다. 한 관계자는 “보도대로 출근 및 이동 할 때마다 문자로 보고하곤 했다”며 “회사의 첫 출근자가 보안시스템을 풀 때에도 문자로 보고하곤 한다. 누가 회사에 드나드는지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맡은 연예인에게 과하게 애정을 쏟다보니 다른 연예인에게 예기치 못하게 피해를 끼칠 때도 있었다. 과거 이선희가 MBC ‘위대한 탄생’에 출연했을 당시 권대표는 자신의 SNS에 “이선희여사의 멘티들을 까기(?) 위한 이승환 가수의 8.7점수 헐(!)이다”라며 “정말 본인은 얼마나 쪽팔리고 부끄러울까? 진짜 뚜껑 열린다!”라는 글을 남겼다가 공식 사과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대다수 연예계 종사자들은 권대표의 녹취록이 연예계 매니지먼트업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여성 매니저는 “권 대표는 연예계에서도 보기 드문 인물이다. 이 녹취록이 연예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 매니저들에 대한 편견을 심어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