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들과 인사하는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장들과 인사하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홍성효기자] 우리금융그룹 차기 회장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정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기를 마친 금융지주 회장이 전원 교체됐다. 이에 따라 정부가 민간회사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이 이어진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신한금융, NH농협금융, BNK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그룹 CEO가 모두 교체되며 관행처럼 느껴지던 금융 CEO의 3~4연임은 깨지게 됐다. 이번 교체는 과거 ‘낙하산’ 인사와는 결이 다르지만 정부가 민간회사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관치 논란은 사실상 금융당국이 자초한 일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5대 금융지주 중 교체가 이뤄진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 우리금융 등 3곳 중 2곳의 회장이 전직 관료 출신으로 교체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5대 금융지주의 회장이 모두 내부 출신 인물이었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월에는 NH농협금융이 윤석열 대통령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 참여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고 지난 3일에는 윤석열 정부 초대 총리 물망에도 올랐던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내부 출신 후보를 누르고 차기 우리금융 회장 후보로 선정됐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인사에 개입하지 않았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적임자를 뽑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 지금까지 한 행동을 보면 믿기 어려운 부분이다. 대표적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 도전 포기를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이 원장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관련 금융당국의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은 손태승 회장이 소송을 통해 연임을 시도할 가능성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 낙점설이 돌던 임 전 위원장이 내정되면서 ‘관치 논란’에 큰불이 지펴졌다.

관치 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자금시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은 시장의 왜곡이나 비정상을 잡기 위한 것이라는 당위성은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인사나 지배구조에까지 개입하는 것도 용납되냐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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