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정다워기자] 기류가 달라졌다.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은 6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끝난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 패배 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냈다.

김연경은 시즌 도중 “정상에 있을 때 내려오고 싶다”라며 은퇴에 대한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그런데 이날은 다소 뉘앙스가 달라졌다. 그는 “오늘도 많은 팬 분들께서 와주셨다. 이 분들께서 제가 더 뛰기를 바라는 것을 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도 그렇고 기자 분들도 그렇고 원하시는 것 같다. 고민 중이다. 그런 점을 잘 생각해 종합해 결정하려고 한다”라며 “이제 자유계약 신분이 된다. 흥국생명과도 이야기하고 있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잘 결정하겠다”라며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은퇴보다 현역 연장으로 기우는 듯한 발언이었다.

여러 이유를 떠나 김연경은 은퇴하기에 아까운 기량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이번시즌 정규리그에서 669득점을 기록하며 국내 선수 중 가장 많은 점수를 올렸다. 챔피언결정전 다섯 경기에서도 120득점을 기록했다. 평균 공격성공률은 46.6%로 높은 편이었다. 평균 리시브효율도 52%로 높았다. 한 끗 차이로 패하지 않았다면 챔피언결정전 MVP는 김연경이 받았을 것이다.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춘 선수가 이대로 현역에서 물러나는 것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김연경은 이번에도 우승하지 못했다. 2년 전에는 동료의 학폭 사건이 터졌고, 이번엔 초유의 감독 교체 해프닝이 터졌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에도 챔피언결정전까지 왔지만 마지막에 웃지 못했다. 김연경의 선수 생활 결말이 ‘새드 엔딩’이길 바라는 이는 많지 않다.

김연경도 “우승을 하지 못해서 더 그런 것 같다”라며 은퇴를 주저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김연경은 V리그 최고의 스타다. 남녀부를 넘어, 혹은 스포츠계 전체를 봐도 김연경 정도의 스타를 찾기 어렵다. 김연경 한 명이 은퇴하면 배구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다. 김연경의 선택에 V리그 전체가 촉각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김연경도 이 사실을 잘 아는 듯하다. 자신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팬과 대중, 배구계 전체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은퇴하지 않고 현역으로 뛸 가능성을 열어놨다.

김연경이 현역을 유지한다면 다음시즌 어떤 팀에서 뛰게 될까. 김연경은 일단 흥국생명과 대화를 나누겠다고 했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여기 남아 뛰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팀에는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김연경이 있어야 그 선수들도 잘 키울 수 있다. 김연경은 키플레이어라 젊은 선수들과 함께 지도하고 싶다”라는 바람을 얘기했다.

다만 자유계약(FA) 신분이 된 만큼 김연경을 원하는 팀은 나올 수 있다. 김연경이 은퇴하지 않는다면 다음시즌 흥국생명 소속을 유지할 수도, 아니면 새 팀 유니폼을 입고 V리그 무대를 누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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