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대표하는 키움 이정후가 타격폼 수정 후 고전하고 있다. 1할대 타율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이정후의 명성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수치다.
이정후는 올시즌을 앞두고 타격폼에 변화를 줬는데, 그럼에도 WBC에서 맹활약했다. 하지만 내 눈엔 천재의 임기응변으로 보였다. 타석을 보니, 지난해까지 만들어온 자신의 완벽한 스윙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수정한 타격폼이 완전히 이식된 상태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다만, 상대의 강력한 공에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하는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임기응변이라건, 계속 지속되지 않는 속성을 가진다.
그 여파가 지금 1할대 나타나고 있다. 스탠스와 손의 위치 등 미세한 변화라고 해도 타격엔 엄청난 차이를 부른다. 타격은 기본적으로 순간에 반응하는 작동인데, 작은 폼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은 강하다.
타격폼 교정은, 뚝딱 완성되지 않는다. 타자 자신이 우선 납득해야 하고, 확실한 본인 의지도 수반되어야 한다. 여기에 충분히 시간이 꼭 필요하다. 변화한 타격폼이 자기 몸과 교감하는 충분한 시간은 필수다. 머리가 이해해도 몸이 받아들이는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정후는 그 시간이 부족했다.
이정후의 현재 상태를 보면 타격시 왼팔이 잘 빠져나오지 못한다. 약간 감겨서 나온다. 그러면 팔이 미세하며 덮이며 땅볼타구가 나온다. 이 부분은 이정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을거다. 무척 답답할게 틀림없다.
그러나 아직 과정이다. 이정후의 도전은 독배를 성배로 바꿀 수 있다. 다만 그 고통의 시간이 짧아지길 기원한다.
이처럼 이정후급 선수에게도 타격폼 교정은 힘든 모험이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한 결정이지만, 그 과정은 매우 고되다. 더구나 시즌중이라 그 고민은 더 깊을수밖에 없다. 이정후의 건투를 빈다.
신인급이나 아마추어 선수들의 폼 교정은 더 힘들다. 이정후 만큼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선수 본인이 납득하지 못한채, 반강제로 수정이 이뤄지기도 한다. 지도자가 바꾸라고 하면 수긍하지 못해도 따라야 한다.
나는 야구하면서 폼만 바꾸다가 인생 허비하는 선수들을 많이 봤다. 이것저것 바꾸면서 아까운 야구인생을 보내는 선수가 부지기수였다.
조금이나마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해선, 우선 선수 본인이 중심을 잡아야한다. 코치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결정은 본인이 해야 한다. 폼을 바꾸려면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만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
다음으로 지도자들도 함부로 조언해선 안된다. 지도자의 눈에 보이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러나 선수가 잘 치지 못한다고, 단순히 폼을 바꾸라고 하는건 무책임에 가깝다.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
그리고 선수가 타격폼 교정에 들어가면 지도자들은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이정후의 부진을 보면 알겠지만, 그정도 레벨의 선수도 고전한다. 서둘러 탑을 세우면 무너지기 마련이다. 아마 선수들이 특히 명심할 지점이다.
저니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