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다치지 않고 꾸준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베테랑 미드필더 이승기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K리그1 전북 현대서 K리그2 부산 아이파크로 이적한지 약 3개월 만에 부산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선 그는 부산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그간의 아픔을 훌훌 털어냈다.

부산은 지난 7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3 FC안양과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3-0으로 이겼다. 이승기는 후반 30분 라마스 대신 그라운드를 밟았는데, 교체 투입 5분 만에 쐐기포를 가동했다. 역습 상황서 하프라인 뒤쪽에서 빠르게 달려온 그는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서 감각적인 칩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과연 베테랑다웠다.

610일 만이다. 이승기는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었던 지난 2021년 9월5일 FC서울전에서 득점포를 가동한 뒤 약 1년 8개월만에 골맛을 봤다. 이승기는 몰랐던 눈치. 경기 다음날 본지와 연락이 닿은 그는 “그냥 얼떨떨했다. 오랜만에 넣어서 세리머니를 어떻게 해야할 지도, 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고 웃으며 “너무 좋았다. 선수들과 그 분위기를 즐겼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부산 이적 후에도 부상으로 주춤했다. 전북 시절부터 고생했던 족저근막염으로 부산 데뷔전이 늦어졌다. 하지만 차츰 상태가 회복됐고,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데뷔전은 다소 늦었지만 그만큼 확실한 한방을 보여줬다.

이승기는 “다른 생각보다는 경기에 집중하고자 했다. 이기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경기를 잘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사실 박진섭 부산 감독은 이승기 투입 시기를 이르게 잡았다. 퓨쳐스 경기에 출전해 감각을 익힌 뒤 본경기에 넣으려 했다. 다만 이승기는 ‘완벽한 상태’에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는 “감독께서는 퓨쳐스 팀에서 한 번 정도 뛴 후에 A팀에 출전시키려 하셨는데, 내가 느끼기에 아직은 감각이 너무 떨어져있는 것 같았다. 퓨쳐스에서 조금 더 뛰면서 몸상태와 실전 감각을 익히고 싶다고 했고, 감독께서 편의를 봐주셨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부산 생활에는 적응 완료다. 지난해 12월 백년가약을 맺은 후 부산으로 적을 옮긴 이승기는 “부산 자체가 좋은 곳이다. 쉬는 날 아내와 함께 이곳저곳을 다니고 있다. 골을 넣고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가족이다. 중계로 골 장면을 지켜봤는데, 너무 좋아하더라”라며 웃었다.

부산은 K리그2에서 치열한 경쟁에 한창이다. 승점 20으로 5위에 매겨졌지만, 선두 김포FC(승점 23)와 승점 간격은 단 3이다. 2위 김천 상무(승점 22)부터 6위 부천FC(승점 29)까지 촘촘하게 몰려있다.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줄곧 1부 전북에 몸담았던 그도 ‘승격 싸움’은 처음.

이승기는 “감독께서는 전술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항상 고민하시고, 잘해주시려 한다. 그 안에서 하는 건 선수들 몫이다. 아직은 어린 선수들이 말 한마디 한마디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그라운드에서 하는 건 선수들이니, 상황에 잘 맞춰 이겨냈으면 한다”면서도 “나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다치지 않고 1년 동안 꾸준한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