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진천=정다워기자] 박정아(30·페퍼저축은행)은 에이스에서 리더로 진화하고 있다.

여자배구대표팀 박정아는 현재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현재 대표팀에서 주장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튀르키예의 바키프방크 코치로 시즌을 보내고 있어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단은 한유미 코치를 중심으로 이달 30일 튀르키예에서 시작하는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준비하고 있다.

한 코치는 2018년 은퇴 후 처음으로 지도자 일을 하고 있다. 초보 지도자이기 때문에 선수들의 협조는 필수다. 특히 주장인 박정아의 리더십은 한 코치에게 큰 힘이 된다.

한 코치는 “특히 정아의 각오가 남다른 것 같다. 지난해 대표팀은 혹독한 성장통을 겪었다. 정아를 필두로 선수들이 모두 심기일전하는 분위기”라며 “정아가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본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코치로서 볼 때 정아는 책임감이 남다르다. 감독님이 없는 상황에서 서로 돕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정아를 비롯한 선참 선수들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고 짚어주기 때문에 오히려 내가 더 편할 때가 있다”라며 박정아가 주장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박정아는 지난시즌 V리그에서 한국도로공사의 극적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며 ‘클러치 박’의 진가를 증명했다. 기세를 이어 대표팀에서도 에이스, 그리고 캡틴으로 맹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박정아가 더 큰 책임감으로 팀을 이끄는 이유는 명확하다. 지난해 겪은 아픔 때문이다. 김연경 은퇴 후 대표팀은 전력 누수가 불가피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VNL에서 12연패라는 굴욕적 기록을 안았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1라운드에 조기 탈락하는 부진에 빠졌다. 불과 2년 전 도쿄올림픽에서 4강 진출의 영광을 누렸던 박정아에게도 힘든 시기였다.

올해에는 같은 아픔을 반복할 수 없다. 대표팀은 VNL을 시작으로 아시아선수권대회, 파리올림픽 예선, 그리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중요한 일정을 연이어 소화한다. 지난해의 페이스가 또 나온다면 여자배구는 암흑기에 빠질 수 있다. V리그에서 누리는 인기와 별개로 성적으로 인한 침체는 불가피하다.

박정아도 이 사실을 잘 안다. 그는 “지난해에는 공수에 걸쳐 부족했다. 대표팀에 처음 온 선수들도 많았다. 배구가 참 어려웠다”라며 “성적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소집 첫날부터 선수들끼리 열심히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라는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어 박정아는 “모든 대회가 중요하지만 특히 올림픽 예선과 아시안게임이 중요한 것 같다”라며 “이 대회들이 막판에 있다. 그때 되면 눈만 마주쳐도 호흡이 맞는 수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지난해 국제 대회에서 안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계속 발전하겠다. 처음부터 잘하면 좋겠지만 이제 몸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점점 좋아지는 모습 보이자는 이야기 많이 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 응원을 부탁드린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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