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심판 불신의 시대는 올해도 이어진다. 비디오 판독센터에서 내린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시선도 있고, 실수로 보기 힘든 오심도 나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심판 판정 또는 비디오 판독과 관련해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이례적으로 발표했을 정도다. 4심합의가 잘못된 경우도 있고, 비디오판독이 잘못된 경우도 나왔다. 오해하기 어려운 홈런타구를 파울로 보는 심판도 있었고, 리드하던 팀이 추가득점하는 과정에 지고 있는 팀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하게 만드는 장면도 보였다.
오심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년 불거진다. 경기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심판위원은 감봉이나 2군 강등 등의 징계를 받지만, 1군으로 돌아온 뒤 같은 실수를 반복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대부분 심판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한경기 승패, 한타석 결과, 공 하나가 시즌 전체에 끼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오심은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오심을 보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사람이어서 실수할 수 있다. 판정 실수를 바라보는 보편적인 시각이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실수해도 된다는 면책특권이 아니다. “실수할 수도 있지” “다음에 안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마음 한켠에 싹트는 순간 실수가 이어진다. 사람이어서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전문 직업인이므로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 어쨌든 심판도 KBO 소속인 ‘프로’다.
심판이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사람의 눈이 따라갈 수 없을만큼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일을 완벽히 본다는 건 말이 안된다.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1군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다. 세대교체가 더딘 이유이기도 하지만, 인위적으로 앞당기면 오심이 증가할 수밖에 없어 칼을 빼들기도 어렵다.
심판들이 프로 정상급 선수들의 기량을 체득하지 못한 점도 판단 오류의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 레전드급 베테랑 선수와 신인 선수의 스트라이크존이 다르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면서도 함구하는 부분이다. 아는 투수의 아는 구종은 변화가 심해도 ‘보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낯선 투수의 모르는 구종은 변화를 읽기 어렵다. 경험 의존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신인급 선수를 만나는 건 베테랑 심판에게도 첫경험인 셈이다.
올해 KBO가 판정 문제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는 것을 두고 나오는 관측도 재미있다. KBO 총재 임기가 만료라는 점과 차기 총재를 꿈꾸는 쪽의 역학관계가 판정에 영향을 준다는 해석이다. 이 해석은 오심이 특정팀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터무니 없는 루머로 확장했다. 우연의 일치로 웃어넘기기에는 상황이 교묘하다.
심판위원회는 KBO가 관장한다. 독립기구가 아니다. 색안경을 끼고 보기 좋은 구조다. 여기에 ‘KBO 총재 선거’라는 프레임을 더하면 레임덕과 권력다툼으로 확대재생산 하기 좋은 구조가 된다. 더구나 심판위원회는 이미 수차례 이른바 ‘심판의 난’이 있었고, 파벌싸움은 또다른 합종연횡을 낳았다. 이 과거가 ‘총재 임기 만료’와 결합해 새로운 루머를 확산하고 있다.
심판위원회마저 당파적으로 변하면 리그 질서가 변질하는 건 시간문제다. 질서가 무너지면 신뢰도 사라진다. 가뜩이나 악전고투 중인 심판위원회가 사면초가에 몰릴 수 있다는 의미다.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쓰지 말라(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는 격언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