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기자]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이죠.”

SSG ‘간판’ 최정(36)이 18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렸다. 역대 최초 기록이다. 딱히 대항마조차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했다고 하면 ‘역대’라는 글자가 나오는 남자. ‘전설의 길’을 계속 걷고 있다. 목표도 확실하다.

최정은 1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삼성과 경기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3회말과 4회말 연타석 홈런을 폭발시켰다. 2안타 2타점 2득점. 덕분에 SSG도 14-2의 대승을 거뒀다.

경기 전까지 시즌 8홈런이었고, 단숨에 시즌 10홈런 고지를 밟았다. 무려 18년 연속 10홈런이다. KBO리그에서 누구도 하지 못한 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레전드 그 자체다.

2005년 1차 지명으로 SK(현 SSG)에 입단한 최정은 2년차인 2006년 12홈런을 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 홈런을 날렸다.

이후 매년 꼬박꼬박 10홈런 이상 치고 있다. 2010년부터 2022년까지, 2014년(14홈런)-2015년(17홈런)을 빼면 모두 20홈런 이상 날리고 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각각 40홈런과 46홈런을 터뜨렸다.

2018년 35홈런-2019년 29홈런-2020년 33홈런-2021년 35홈런-2022년 26홈런을 쳤다. 단순히 10홈런이 문제가 아닌 선수다.

올시즌은 초반 살짝 주춤했다. 그러나 보란 듯이 자기 자리를 찾았다. 이날 전까지 8홈런. 최정은 최정이었다. 그리고 대기록을 썼다.

이날 1회말 첫 타석에서는 뜬공으로 물러났다. 3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섰고,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0m짜리 솔로포를 쐈다. 시즌 9호포.

아홉수 이야기가 나올 법했지만, 최정이 자신의 힘으로 깼다.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바로 4회말 홈런을 추가했다. 역시 선두타자로 나섰고, 좌월 비거리 110m짜리 아치를 그렸다. 18년 연속 10홈런 대기록 작성이다.

이미 지난해까지 기록한 17년 연속도 신기록이다. 심지어 16년 연속 10홈런 달성자도 없다. 장종훈(1988~2002년)과 양준혁(1993~2007년)이 15년 연속으로 기록했고, KIA 최형우가 2008년부터 2022년까지 15년 연속 기록을 썼다. 현재진행형이다.

경기 후 만난 최정은 “항상 목표로 하는 것이 두 자릿수 홈런이다. 오늘 달성해서 홀가분하다. 기분 좋다. 앞에서 에레디아가 투런, 최지훈이 스리런을 치면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가볍게 치려고 했고, 홈런 2개가 나왔다. 실투가 들어오면서 홈런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에 공이 좀 뜨지 않았다. 불만이자 고민이었다. 계속 훈련하면서 효과를 보고 있지 않나 싶다. 결과가 나오니까 잘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속 시즌 10홈런 기록에 대해서는 “무조건 달성하고 싶다. 내 목표가 은퇴할 때까지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것이다. 부담 같은 것보다, 무조건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10홈런을 못 친다는 것은 사고 아니겠나. 올시즌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목표한 것에 근접하면 오히려 편해진다. 멀리 있다가 가까이 온 느낌이다. ‘다 왔구나’ 싶다. 물 흐르듯 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 기록도 나온다. 생각이 과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이 아니다. 최정은 이 홈런으로 개인 통산 1400타점 고지도 밟았다. 역대 4호다. 그리고 36년 3개월 4일로 역대 최연소 달성이다.

1400타점은 두산 이승엽 감독이 2016년 9월13일 40세 26일의 나이로 만들었고, 최형우가 2022년 5월7일 38세 4개월 21일로 고지를 밟았다. 이어 이대호가 2022년 8월31일 40세 2개월 10일에 달성했다. 최정이 4번째다.

최정은 “누적 기록은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1400타점을 했는지도 몰랐다. 기록이 2개라고 하길래 ‘뭐에요?’라고 오히려 물었다. 그냥 찬스에서 잘 치고 싶은 마음뿐이다”고 짚었다.

이날 성적을 더해 최정은 통산 439홈런을 기록했다. 역대 1위인 이승엽 감독의 467홈런과 격차를 더 좁혔다. 28개 남았다. 충분히 가시권이다. 올시즌은 어려울 수 있으나 2024년이면 추월이 가능할 전망이다.

타점도 역대 1위가 보인다. 1위 이승엽 감독이 1498타점이고, 2위 최형우가 1488타점이다. 넘지 못할 격차가 아니다. 매년 80~100타점을 만드는 선수다. 이쪽도 2024년 가장 높은 곳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최정은 “내가 욕심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욕심을 내니까 더 안 되더라. 의식하지 않겠다. 그래야 한다. 난 그저 오늘보다 내일 잘하자, 올해보다 내년 더 잘하자 같은 생각으로 한다”고 강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