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4년 전 결승 진출 신화를 재현하기까지 딱 한걸음 남았다. 이제 이탈리아만 넘으면 된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은 9일(한국시간) 오전6시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 스타디움에서 이탈리아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4강(준결승)전을 치른다. 결승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상대인 이탈리아는 FIFA 랭킹 8위에 자리한 유럽 전통의 강호답게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인다. 죽음의 조라 불린 D조에서 2승1패를 기록하며 2위로 16강에 올랐다. 16강에선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격파했고, 8강에선 남미의 강자 콜롬비아를 이겼다. 대회 내내 어려운 상대들을 만났음에도 탁월한 위닝 멘탈리티를 발휘하며 준결승까지 안착했다.
특히 경계해야 할 선수는 혼자 6골을 터뜨리며 이탈리아를 이끄는 ‘미들라이커’ 체사레 카사데이(첼시)다. 카사데이는 조별리그에서 4골을 넣었고, 토너먼트 라운드 두 경기에서 한 골씩 기록했다.
득점 루트가 다양해 더 무섭다. 카사데이는 페널티킥으로 두 골을 넣었고, 페널티박스 안에서 왼발슛으로 두 골을 기록했다. 나머지 두 골은 헤더로 만들었다. 중앙 미드필더임에도 정확한 킥과 골 결정력이 탁월해 박스 안에서 잠시라도 틈을 주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오른발잡이지만 왼발도 잘 써 막기 까다로운 유형이다. 신장 186cm의 장신으로 피지컬까지 우수하다.
카사데이는 현재 첼시 소속으로 이탈리아 연령대 대표팀을 두루 거친 특급 유망주다. 지난시즌에는 2부리그인 챔피언십의 레딩에서 임대 생활을 하고 있는데 1~2년 내로는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누빌 가능성이 큰 선수로 꼽힌다.
유럽 이적전문매체인 트랜스퍼마크트는 카사데이의 시장가치를 1200만유로(약 167억원)로 평가하고 있다. 첼시는 지난해 카사데이 영입을 위해 인테르 밀란에 1500만유로(약 209억원)를 지출했다. 장래성을 알아보고 일찌감치 ‘찜’을 해 데려온 선수가 바로 카사데이다.
김은중호에서는 주장이자 주전 미드필더인 이승원(강원FC)의 활약이 필요하다. 이승원은 중앙에서 카사데이와 경기 내내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이 싸움에서 이승원이 어느 정도 해주는지에 따라 경기 내용과 결과가 모두 달라질 수 있다. 이승원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수비적으로 카사데이를 잘 봉쇄해야 한다.
동시에 이승원은 공격의 키플레이어다. 한국은 수비 쪽에서 좁은 간격을 유지해 상대 공격을 봉쇄하다 빠른 역습을 통해 기회를 모색하는 패턴으로 준결승까지 갔다. 이승원이 중앙에서 중심을 잡고 공격으로 나가는 시발점 역할을 잘 해줘야 득점 가능성도 올라간다. 역습 상황에서는 직접 올라가 해결하는 플레이로 골도 넣은 적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이승원은 가장 뛰어난 키커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무려 4개의 도움을 모두 세트피스로 기록했다. 프랑스전에서는 이영준의 헤더골을 프리킥으로 도왔고, 나머지 세 경기에서는 코너킥을 통해 동료들의 득점을 어시스트했다. 골대 가까운 쪽으로 휘어들어 가는 킥이 일품이고, 골키퍼와 수비수 사이에 떨어지는 킥도 예리하다. 김 감독이 특히 공들인 게 세트피스인데 이 작전은 이승원 덕분에 맞아떨어졌다. 신체조건은 뛰어나지 않지만 센스와 기술, 영리한 플레이로 만회하는 스타일이다.
최용수 강원 감독은 이승원의 경기를 보며 “팀에 입단한 후 대표팀 차출과 부상 등으로 인해 볼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그래도 같이 훈련해보면 센스가 있는 선수다. 피지컬 약점을 활동량으로 극복하는 스타일이다. 공격 본능도 있다”라며 대표팀에서 복귀하면 적극적으로 기용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월드컵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선수가 바로 이승원이다.
이탈리아가 강하고 카사데이가 위협적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승원을 필두로 하는 한국 선수들의 기량도 만만치 않다. 특히 스트라이커 이영준(김천 상무)은 피지컬 좋은 외국 수비수들과의 경합에서 뒤지지 않고, 배준호(대전하나시티즌)는 ‘판타지스타’의 면모를 보이며 팀에 창조성과 우아함을 더하고 있다. 준결승까지 올라간 만큼 김은중호가 4년 전 폴란드 대회에 이어 다시 한번 결승에 오를 가능성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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