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인턴기자] 엄마는 자식을 위해서 희생만 해야할까.
지난 22일 종영한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남남’은 때로 자식과 친구같고, 때로 자식보다 더 자식같은 엄마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해 호평을 얻었다. 정영롱 작가의 동명 웹툰을 드라마화한 이 작품 속 엄마 은미는 딸에게 자위하는 모습을 들키고, 때로 딸의 지인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JTBC ‘미스티’(2018),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 ‘비밀의 숲’(2020)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을 연기한 배우 전혜진은 철없는 엄마로 연기변신을 모색했다. 그런 엄마 때문에 골치 아파하다가도 엄마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속 깊은 딸 진희는 소녀시대 수영이 맡아 환상의 호흡을 펼쳤다.
두 모녀의 활약에 힘입어 드라마는 5.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신드롬적 인기를 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ENA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하 전혜진과 일문일답
-드라마 초반부터 파격적인 19금 자위하는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저는 좋았습니다. 은미를 보여주려면 이렇게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자위하는 장면을 들키자마자 “밥먹었어? 치킨 시켜줄까?”같은 평범한 대사를 나누는데, 이 드라마가 시트콤이 될지, 깊게 갈지 모르겠더라고요.(웃음) 다양한 이야기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망하니까요. 은미 캐릭터가 어떻게 보일까 고민할 때 제작진과 더 소통할 수 있었던 신이었습니다. 인물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선에서 해보기로 했습니다.
-딸 진희 역을 연기한 수영씨와 연기호흡은 어땠나요?
수영씨가 진희를 맡아 천만다행입니다. 이렇게 친밀하고 격의 없는 관계를 연기하는 게 처음인데 수영 씨와는 성격이 잘 맞아서 크게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세트장에 있는 소파에 앉자마자 그랬던 거 같아요. ‘컷’이 되면 잘 놀곤 했죠.
-이선균 씨와 슬하에 아들만 둘인데 장성한 딸이 생긴 소감은 어떠신가요?
예전에는 딸 가진 엄마가 부러웠지만 이제는 그런 욕심은 안 내기로 했습니다. 아들과 무슨 얘기를 하겠다고 붙들고 있는 제가 안쓰럽습니다. (웃음) 저는 아이들을 끌고 가야 합니다. 아들들은 군기를 잡지 않으면 대답만 하죠. 딸이 있는 친구들 얘기를 들으면 ‘갱년기’ 엄마와 ‘사춘기’ 딸이 싸우면 갱년기가 이긴다고 하더라고요. 아들들은 그거보다는 쉬워요. 진희와 은미같은 모녀가 생각보다 흔하더라고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모녀 관계는 좋아지는 거 같아요. 이해하는 게 다른 이성과는 다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혜진 씨가 ‘남남’에서 엄마이자 딸로서 공감되는 지점은 뭐였나요?
진희가 “엄마가 받은 상처가 다 내 상처라고 생각하지 마”라는 대사가 있어요. 어른들이 아이들을 제어하는 건 자기가 받은 상처 때문인데 그러면 서로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배에서 품은 자식이지만 남남이잖아요. 아이들은 제 사랑을 모를 거예요, 그건 딸들도 마찬가지고요. 극 중에서 진희가 은미를 보고 “엄마가 어떻게 저렇게 행동해?”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요. 엄마가 나이 들어서 그렇지, 서로 다른 부분을 인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극중 은미의 멜로도 인상적입니다. 최근 40대 여배우의 멜로를 비롯, 여성서사가 늘었는데 어떤가요?
지난 20년 동안 많이 변했죠. 과거에 ‘대본이 없다’고 분노한 적이 적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남자 감독들이 글을 쓰고 연출을 해서 여성에 대해 잘 몰랐다면 이제는 여성 감독도 많고 남자 작가를 찾기 어려워진 현장을 보면서 많이 바뀐 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 덕에 다양한 캐릭터들이 나온 거 같습니다. 요즘은 나이를 생각하는 게 올드한 것 같아요. 나이와 상관없이 도전하는 자세가 진짜 젊음이죠. 안주가 가장 위험한 것 같습니다. 저도 기왕 이렇게 된거 ‘은미’같은 캐릭터가 되고 싶습니다. 이왕 자위 연기를 보여드렸으니 더한 것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남편인 이선균씨와는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연기자와 결혼에 대해 충고해준다면요?
이선균 씨는 대본을 읽은 뒤 “딱 너네, 잘할 거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이게 나라니?”라고 반응했습니다.(웃음) 현장을 다녀오면 저도 모르게 호흡이 어떤지 분위기는 어땠는지 얘기했던 거 같아요. 예전에는 배우자가 같은 직업이라는 게 부정적이었습니다. 저희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편입니다. 사실 남자는 다 똑같지만 연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잘 통하면 다른 남자보다는 나을 거 같다고 얘기합니다. 싸움은 피할 수 없을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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