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이 방법밖에 없었다.”

늘 마지막이 힘들었던 LG다. 시즌 막바지만 되면 타선이 차갑게 식으면서 1위를 턱밑까지 추격만 했다. 1위 그룹 KT·삼성과 1.5경기 차이였던 2021년. 9월부터 치른 53경기 팀타율은 0.242(10위), 팀OPS는 0.659(10위)였다.

1위 SSG와 2경기 차이였던 2022년 또한 9월부터 소화한 32경기 팀타율 0.251(9위), 팀OPS 0.679(9위)에 불과했다. 2022년의 경우 시즌 팀타율 0.269로 이 부문 2위, 팀OPS도 0.742로 2위였는데 페넌트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에 타자들이 힘을 내지 못했다.

올해는 이를 탈피하려 했다. 처음 세운 계획은 장점인 뎁스 활용을 통한 로테이션이었다. 백업 선수들을 꾸준히 선발로 기용해 주전 의존도를 낮추면서 체력 안배를 꾀했다.

그런데 내외야 로테이션에서 주축이 될 손호영과 이재원이 나란히 부상으로 개막을 맞이하지 못했다. 복귀 후에도 부상 혹은 부진에 빠졌고 로테이션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번째 포수로 개막을 맞이한 김기연도 6월초 2군으로 내려갔다.

결국 다시 주전 의존도가 높아졌다. 문보경과 박해민은 수비 이닝 1000이닝을 돌파한 상황이다. 홍창기, 박동원, 오지환, 문성주, 오스틴 딘도 수비 이닝이 850이닝을 넘었다.

그런데 결과가 다르다. 9월 1일 잠실 한화전부터 지난 17일 SSG와 더블헤더까지 14경기에서 9월 팀타율 0.321(1위), 팀OPS 0.826(2위)을 마크했다. 표본이 적지만 이전과 달리 결승점에 다가갈수록 타선이 뜨겁게 타오른다. 그러면서 막강 타선을 앞세운 역전승 기세가 그칠 줄 모른다. 전체 승수(74승)의 반 이상을 역전승(38승)으로 이뤘다.

그냥 나온 결과는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훈련에 따른 체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했다. 무더위와 마주하는 7월부터 팀 훈련 시간을 대폭 단축시켰다. 홈경기에서는 그라운드에 나오는 시간을 최대한 늦췄다. 지난 17일 더블헤더 같은 경우에는 오후 2시 1차전이 시작되는데 선수단 출근 시간을 12시 30분으로 잡았다.

원정 경기도 파격적이다. LG와 마주하는 팀들이 고개를 갸웃할 정도로 최소한의 훈련만 소화했다. 보통 평일 오후 6시 30분 경기 기준으로 4시부터 원정팀이 더그아웃에 짐을 풀고 워밍업에 들어간다. 하지만 LG는 4시가 훌쩍 지난 시점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5시가 지나 야구장에 도착해 훈련 시간을 크게 줄인 채 실전에 들어간 적도 있다.

염 감독은 이를 두고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웃으며 “우리 팀은 선수들 스스로 소화하는 훈련량이 많은 편이다. (김)현수부터 (오)지환이, (박)해민이 등 자율적으로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들이 있는데 이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그냥 원정 경기를 할 때는 아예 버스를 늦게 출발시켰다. 숙소에서 야구장으로 이동하는 버스를 최대한 늦게 출발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컨디션 저하와 부상이 속출하는 시기인데 주전 야수 중 부상으로 인한 이탈자가 없는 LG다. 원정 경기시 버스는 가장 늦게 출발하지만 페넌트레이스 결승점에는 가장 가깝다. 정규시즌 막바지 빈타 징크스에서 탈출하면서 9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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