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가깝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라팍)를 찾은 원정팀 선수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다. 물론 느낌은 다르다. 투수는 걱정이 앞서고, 타자는 자신감이 생긴다. 라팍은 가만히 있다. 보는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뿐이다.
라팍은 지난 2016년 문을 열었다. 낙후된 시민구장을 오래 썼다. ‘신구장’은 구단과 팬의 염원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가 시작됐다. 2016시즌 개장했다.
미국 메이저리그(ML) 필라델피아 홈구장 시티즌스 뱅크 파크를 모델로 했다. 기존 구장과 모양이 다르다. 외야가 육각형 모양이다. 다른 구장들은 둥글게 호를 그리지만, 라팍은 직선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희비’가 엇갈렸다.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친화적 구장이 됐다.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가 짧으니 그렇다. 투수는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중앙 가장 깊은 곳은 125m에 달하지만, 좌우중간은 107m다. 광활한 잠실구장이 좌우중간 펜스까지 120m다. 이와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히 난다. 잠실에서 잡힐 타구가 라팍에서는 홈런이 된다.
사실 홈팀 삼성이 라팍의 이점을 시작부터 살린 것도 아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9시즌간 삼성이 홈런 마진 플러스를 기록한 것은 2019년(+1)과 2021년(+12), 2024년(+22)까지 딱 세 번이다.
특히 2024년이 중요하다. 팀 홈런 185개로 전체 1위에 올랐다. 라팍의 특성에 맞춰 거포 자원을 꾸준히 수집했고, 육성했다. 그 성과가 제대로 터졌다. 특히 김영웅(28홈런), 이성규(22홈런)는 ‘발견’ 그 자체다.
2024시즌 라팍에서 ‘경기당 평균 홈런’을 보면 삼성보다 많이 친 팀도 있다. 삼성이 1.68개다. NC는 2.00개 때렸다. KIA도 1.86개고, 롯데가 1.78개다.
삼성에서 뛰다 은퇴한 한 야수는 “나는 원정팀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홈팀 선수들은 매일 보니까 별다른 느낌이 없다. 가까운 것 같지도 않다. 원정팀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가끔 오지 않나. 가까워 보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핵심은 ‘모든 구장이 똑같을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잠실의 경우 너무 크다고 불평하는 이들도 있다. 물론 대부분 타자다. 반대로 투수는 라팍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역시나 홈런이 많이 나오는 인천SSG랜더스필드도 있다.
야구장 외관이나 내부 시설, 팬을 위한 시설 등은 차별화 요소를 생각할 수 있다. 그라운드 안쪽은 뭔가 압도적인 ‘차이’를 보이기 어렵다.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그 측면에서 라팍은 오히려 ‘독특함’이라는 매력을 보유한 곳이다. KBO리그의 ‘자산’이다. 호불호는 갈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라팍은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죄를 지은 것도, 잘못한 것도 없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