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진화=박준범기자] 1차전 9골 차 대승은 이제 지나간 일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은 21일 오후 8시30분(이하 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2차전 태국전을 치른다. 승점 3으로 조 1위에 올라 있는 한국은 태국을 꺾으면 조기 16강행을 확정한다.

관건은 ‘체력’과 ‘로테이션’이다. 19일 1차전에서 쿠웨이트를 9-0으로 물리친 한국은 하루 쉬고 2차전에 임한다. ‘고온다습’한 진화의 날씨를 고려하면 체력 소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 20일 오전 훈련이 열린 진화 스포츠학교 트레이닝 센터에서 단 10명의 선수만 몸을 풀었다. 모두 1차전에 교체로 출전했거나 뛰지 않은 선수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숙소에 머물며 훈련 없이 스트레칭 등으로 휴식과 회복에만 집중했다.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황 감독은 태국전에서 대대적인 로테이션 또는 선수의 출전 시간을 최대한 분배할 것으로 보인다.

1차전에 교체로 출전한 최준은 취재진과 만나 “한 경기 (승리에) 취해선 안 된다”라며 “개개인은 물론 팀 자체로 준비를 잘하고 있다. 우리 팀은 22명 모두가 좋은 선수다. 누가 나가도 부족함 없이 잘한다. 기대해주셔도 좋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잊어서는 안 될 5년 전 아픈 기억이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와 지금 상황이 유사하다. 당시 한국은 1차전에서 와일드카드로 합류한 황의조(노리치시티)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바레인을 6-0으로 대파하며 쾌재를 불렀다.

탄탄대로를 걸을 것 같았는데 2차전에서 만난 말레이시아에 고전하며 1-2, 그야말로 ‘충격패’ 했다. 그것도 내리 2골을 먼저 실점했다. 패배 여파로 조 2위로 밀려난 한국은 8강에서 ‘난적’ 우즈베키스탄을 만나는 좋지 않은 대진을 받았다. 연장 사투 끝에 우즈베키스탄을 4-3으로 꺾긴 했지만, 금메달 도전에 최대 고비였던 셈이다.

강한 상대와 고비는 늦게 만날수록 좋다. 황 감독도 잘 알고 있다. 쿠웨이트전 이후 ‘평정심’과 ‘꾸준함’을 강조하며 대승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이유다. 황 감독은 승리 후 단체 사진 촬영에서도 미소 짓지 않았다. 그는 “자신감을 품되 1차전은 잊어버리고 싶다. 없는 경기로 치고 싶다.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계했다. 금메달을 목표로 하는 한국이기에 1차전 승리에 만족하거나 도취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2차전이 펼쳐지는 21일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팀에 합류한다. 비로소 ‘완전체’가 된다. 공항에서 대표팀 관계자와 차를 타고 선수단이 있는 진화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강인의 컨디션과 몸 상태에 따라 개인 훈련 또는 2차전을 관전할지 결정될 전망이다.

이강인이 20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도르트문트(독일)전에서 부상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만큼, 출전 시간을 조금씩 늘려야 한다. 조별리그 3차전(바레인) 출전 명단에는 포함될 것이 유력하다.

한국이 태국마저 꺾고 조 1위로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한다면, 황 감독도 이강인도 한층 더 여유롭게 향후 일정을 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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