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수원 삼성은 김병수 감독을 ‘경질’했다.

축구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수원은 김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플레잉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선임해 잔여 시즌을 치를 전망이다. 김 감독은 25일 경질 통보를 받으며 수원에서의 짧은 지도자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자진 사임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지만, 정확히는 경질이다. 김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구단에서 자진 사임으로 하자고 하길래 내가 그건 아니라고 했다. 나는 경질된 것을 분명히 한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지난 5월 강등 위기에 놓인 수원의 소방수로 부임했다. 5개월을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난 셈이다.

김 감독 부임 후 수원은 4승5무11패를 기록했다. 20경기에서 얻은 승점은 17점. 김 감독 부임 전 수원은 11경기에서 1승2무8패로 5점을 얻는 데 그쳤다. 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근소하게 성적이 나아졌다. 다만 강원FC의 약진으로 최근 수원은 최하위로 떨어졌다. 강원에 3점 뒤져 위기의식이 심화했다.

김 감독은 지난 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전 패배 이후 삭발까지 감행하며 심기일전했다. 최전선에 선 사령탑으로서 책임감을 통감하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본인부터 마음을 새롭게 했다. 하지만 수원은 김 감독을 경질하며 결별을 선택했다.

김 감독은 “경질될 것을 알았다면 삭발까지 했겠나. 내 모양새가 이상해졌다”라며 “많이 안타깝다.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축구를 하지 못한 채 너무 빨리 그만두게 된 것이 가장 아쉽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그래도 짧은 시간 수원 팬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라며 수원 팬에게 인사를 전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은 당연히 김 감독에게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수원은 지도자 문제보다 사무국의 실책이 더 심각한 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사무국에서 주도하는 외국인 선수 영입은 연이어 실패하며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게 현실이다.

실제로 김 감독은 올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전력을 보강하길 바랐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구단에서 데려온 공격수 웨릭 포포 존재감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올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외국인 선수인 뮬리치가 4골, 바사니가 2골에 머물고 있는데 새로운 외인을 통해서도 반전을 만들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의 실패 책임은 아이러니하게도 고스란히 감독에게 돌아간다.

김 감독은 “그래도 구단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지 않았겠나.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 내가 부족했다. 끝까지 해내지 못해 수원 팬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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