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이번에도 결국 감독만 책임을 졌다.
수원 삼성은 26일 김병수 감독을 경질하고 염기훈 감독대행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른다고 발표했다. 지난 5월 사령탑에 오른 김 감독은 불과 5개월을 채우지 못한 채 짐을 싸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이병근 전 감독에 이어 한 해에 무려 두 명이 경질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했다.
오동석 수원 단장은 “현재 상황을 직시하고 앞으로 남은 7경기 동안 과연 반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검토한 결과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라며 “구단도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고 시즌을 마친 후 서포터의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라고 경질 이유를 밝혔다. 최근 4연패를 당했고, 최하위로 추락한 채 11위 강원FC와 3점 차로 벌어진 상황을 내세운 셈이다.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현재 K리그1은 7경기를 남겨놓고 있다. 9위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의 승점 차는 13점 차다. 사실상 강등권 탈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최하위에서 벗어나 플레이오프로 가 생존하는 게 현재 수원이 그릴 수 있는 가장 희망적인 그림이다. 3점이면 한두 경기만에 뒤집을 수 있는 간격인데 무리하게 경질을 감행했다는 게 프로축구계 관계자 대다수의 공통 의견이다.
한 프로축구단 고위 관계자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어차피 강원, 넓게 봐야 수원FC와의 싸움인데 이 싸움은 끝까지 갈 게 확실하다. 어떤 사람이 감독을 해도 이 구도는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시기에 리더십에 변화를 준다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도박수 아닌가. 게다가 염 대행은 감독 경험도 없다. 최근 연패를 당했다고 하지만 김 감독 부임 후 수원 성적이 나아진 것도 명백한 사실이다. 수원의 결정은 분명 의아하다”라고 지적했다. 한 K리그1 현직 지도자도 “도대체 무슨 결정인지 모르겠다. 남의 구단에 관해 왈가왈부할 것은 아니지만 같은 축구인으로서 김병수 감독이 참 불쌍하다. 수원 감독은 다 불쌍하게 나간다. 아무 경험도 없는 염 대행이 팀을 맡은 것도 이상하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최근 연패로 인해 수원의 경질 선택을 이해한다 해도, 또다시 감독만 책임지는 상황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구단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원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까지 총 4명의 감독을 갈아치웠다. 이임생, 박건하, 이병근, 그리고 김병수 감독까지 모두 희생됐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선수 영입의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수원 사정을 잘 아는 한 에이전트는 “수원 감독은 원하는 선수를 쉽게 영입하기 어렵다. 감독의 의견이 반영이 잘 안되는 팀인 것 같다. 사무국이 영입의 주도권을 쥐니 올해에도 이병근 감독이 원하던 스트라이커를 데려오지 않았다. 오현규를 이적시키며 얻은 이적료를 어디에 썼는지 모르겠다. 최근 몇 년간 수원 감독은 시작부터 꼬인 채로 시즌을 준비한 셈”이라고 증언했다. 또 다른 축구인도 “김병수 감독도 여름 이적시장에서 실망을 많이 했다.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지 못해 전력 보강이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수원 사무국이 영입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에는 대외적으로 당당하게 덴마크 득점왕이라며 홍보했던 그로닝이 철저한 실패를 맛봤다. 올해 영입한 뮬리치, 바사니도 영입 효과는 미미하다. 가장 중요한 외국인 공격수 영입 성적은 계속해서 낙제점을 받고 있다.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갔던 수원은 지난해 K리그1 연봉 순위에서 8위에 자리했다. 강등권으로 갈 만한 정도로 돈을 안 쓴 것도 아니다. 영입 자체를 못하는 팀으로 봐도 무방한데 모든 화살은 고스란히 감독에게만 돌아간다.
심지어 헤어지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 김 감독은 지난 라운드 경기 패배 후 심기일전한다는 마음으로 삭발까지 감행했다. 그런데 수원은 머리를 자르고 나타난 감독에게 경질 통보를 하며 자진 사임으로 포장하려고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구단에서 자진 사임으로 하자고 하길래 내가 그건 아니라고 했다. 나는 경질된 것을 분명히 한다”라며 서운함을 표했다.
수원 사무국의 헛발질 역사는 반복되고 또 반복된다. 이 때문에 수원 사무국의 주요 인력은 팬 사이에서 유명세를 떨친다. 실제로 오 단장의 SNS 사과 게시물에는 수원의 이런 상황을 만든 사무국 핵심 직원의 실명을 언급하며 비판하는 댓글이 여럿 달린다. 강등 직전까지 갔던 지난해 요직에 있던 인사는 지금도 대다수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2022년의 악몽을 재현하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축구계 지적이 주를 이룬다. K리그에서 사무국 직원이 실명으로 공격당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수원 팬이 극성이라 그런 게 아니다. 수원의 구단 운영 방식이 그만큼 문제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축구단이 아니더라도 일반 기업은 실적이 엉망이면 인사나 시스템 변경을 통해 변화를 준다. 영입을 담당하는 부서가 엉망이면 책임을 묻든지 변화를 줬어야 하는데 수원은 그런 게 없다.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참 이해가 안 되는 팀이다. 저 시스템에서는 어떤 감독도 살아남기 어렵다. 만에 하나 올해 기적적으로 1부리그에 잔류한다 해도 사무국이 바뀌지 않으면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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