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사직=윤세호기자] “담담하더라. 사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우승 장면이 있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4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의 감정, 그리고 다가오는 한국시리즈(KS) 계획에 대해 말했다.

염 감독은 지난 3일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은 순간에 대해 “부산에 거의 도착할 때 결정이 났다. 선수들은 버스에 있었고 나는 기사님이 운전해주시는 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결정이 되니까 갑자기 (김)현수가 스피커폰으로 전화하더라. 야수들이 함께 ‘감독님 축하드립니다!’고 외쳤다”고 말했다.

이어 염 감독은 “담담하더라. 사실 머릿속에 그려놓은 우승 장면이 있었다. 잠실구장에서 매직넘버를 지우고 팬들과 함께 기쁨을 누리는 것이었다. 그러면 많이 울 것 같았다. 차 속에서 소식을 들어서 그런지 담담했다”고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일찍이 1위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음에도 올시즌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고 회상했다. 만만한 것보다 감독 커리어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즌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는 “4월과 5월에 정말 힘들었다. 4월에서 5월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국내 선발 3명이 모두 실패했다. (김)윤식이, (이)민호, (강)효종이 셋 다 안되지 않았나. 여기서 못 버티면 4, 5위로 시즌이 끝날 것 같았다”고 가장 힘든 시기를 돌아봤다.

염 감독은 선수들의 자세에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 선수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우리 선수들 모두 더그아웃에서 ‘할 수 있다’, ‘따라갈 수 있다’, ‘이길 수 있다’를 외쳤다.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우리 선수들 목표 의식이 그만큼 뚜렷하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자신감이 있다면 할 수 있다고 나도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선발진 붕괴와 마주한 시기에 올라선 임찬규를 향해 박수도 보냈다. 염 감독은 “그 어려운 시기에 찬규가 살아나 줬다. 지금도 찬규에게 정말 고맙다. 5월에 선발진에서 찬규와 플럿코가 잘해주면서 나름대로 계산을 세우면서 경기를 치렀다. 타선이 꾸준히 터져주면서 5월을 플러스 10으로 마쳤는데 그때 위기를 극복한 게 지금 돌아보면 정말 컸다”고 돌아봤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신한 순간에 대한 질문에는 “(최)원태가 트레이드로 온 시점이다. 사실 7월에 또 위기가 왔다. 플럿코가 이탈하면서 선발진은 어떻게 메우느냐가 중요했는데 원태가 딱 왔다. 선수단 전체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리고 8월부터 (이)정용이가 잘해주고 (김)윤식이가 여름 캠프를 마치고 잘 돌아와 줬다. 그때 1위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답했다.

이제 염 감독의 시선은 KS로 향한다. KS에 앞서 정규시즌 운영 방향에 대해 “일단 박동원은 휴식을 준다. 오늘 나오고 내일 휴식, 6일 경기 나오고 엔트리에서 제외된다. 켈리도 오늘이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다. 내일 원태와 함께 엔트리에서 제외된다. 원태는 이미 작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서 휴식을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김)진성이는 본인 의사를 존중할 것이다. 경기수에 비해 이닝수가 많지는 않지만 진성이가 선택하게 하려고 한다. 컨디션을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을 찾게 할 것”이라며 “선발진은 임찬규, 김윤식, 이정용, 이지강, 강효종으로 간다. 김윤식은 한 번만 던지고 손주영이 들어간다”고 앞으로 로테이션 계획을 설명했다.

KS 준비 무대는 이천이다. 정규시즌 후 3일 휴식을 취한 후 2군 시설인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훈련과 실전을 통해 KS에 대비한다.

염 감독은 “고참들과 어떻게 할지 얘기했다. 이천 합숙에 대해 물어봤더니 좋다고 하더라. 교육리그에서 실전을 하는 것도 생각했는데 우리끼리 최선을 다하면서 준비하는 게 낫다고 봤다. 실전도 전력을 다하는 청백전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염 감독은 현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함덕주와 아담 플럿코에 대해 “덕주는 돌아올 것 같다. KS에서 합류한다고 보고 계획을 세웠다. 플럿코는 아프다고 한다. 현재로서는 플럿코는 KS에 합류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플럿코 없이 KS를 치르는 것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인 원투펀치 중 하나가 이탈했지만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염 감독은 “예전에 선발 투수 2명으로 KS를 한 적도 있다. 그때 비하면 지금 훨씬 풍족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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