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집에 고3, 중3 아이가 있는데 ’무빙‘을 보고 펑펑 울었어요. 100대1로 싸우고 무장 공비가 들이닥치고 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보며 ‘우리 아빠 맞아?’라는 감성을 느낀 거 같아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에서 무한재생능력을 지닌 초능력자 장주원(구룡포)을 연기한 류승룡은 드라마를 본 가족들의 반응을 이같이 전했다.

과거 조직폭력배의 일원이었던 장주원은 자신의 초능력을 알아본 안기부에 발탁돼 안기부(현 국정원)요원으로 활약하지만 사랑하는 아내 지희(곽선영 분)와 딸 희수(고윤정 분)를 지키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치킨집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제 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일환으로 열린 ‘2023 아시아콘텐츠어워즈&글로벌OTT어워즈’에서 남자주연배우상을 거머쥐었다. 딸인 희수 역의 고윤정 역시 신인상을 함께 받았다. 극 중 부녀가 나란히 부산영화제를 휩쓴 셈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K히어로의 대표주자이자 K아빠의 대표주자가 됐다.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출연자 중 대표주자로 미국 CNN과 인터뷰도 가지기도 했다.

“‘무빙’은 ‘어벤져스’ 시리즈같은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과 달리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 보통사람들도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죠. 특히 초능력을 지닌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적들로부터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감췄던 초능력을 사용하는 이야기가 가족에 대한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건드렸다고 생각해요.”

지천명을 넘어선 류승룡은 ‘무빙’에서 100:1 액션을 보여주거나, 난도 높은 액션을 선보이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열정을 불살랐다. 그는 “육체적으로는 힘들지 몰라도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보는 사람들이 느낄 행복을 생각하니 촬영할 때 설렘이 있었어요. 여러 지방을 오가면서 촬영했고, 무술팀, CG팀, 특수효과팀과 최고의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죠. 현장 모토가 ‘안전’이었어요. 최대한 안전하게 촬영하려고 했어요.”

총 20부작인 ‘무빙’의 인기는 ‘숏폼’이 대세인 요즘 영상물의 공식을 깼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류승룡은 “요즘 추세는 ‘빨리빨리’, ‘짧은 것’이라고 생각해서 ‘클래식하고 진중한 작품이 성공할 수 있을까?‘, ’공감을 얻어낼 수 있을까? 지겨워하지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대본을 받았을 때 긴 호흡으로 여러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다만 매 회차 공개되니 한 번에 정주행을 못 하고 1.5배 속으로 빨리 보는 것도 안되니 금단현상처럼 불만이 폭주했었는데 다행히 시청자들도 인물들과 서사, 전사, 이유를 이해하며 시청하는 게 자리잡은 것 같아요. ‘MZ세대가 이해 못 할 거야’ 했는데, 우리의 기우였어요. 더 공감하고 이해하며 좋아해줬죠. 세대 간의 ‘브릿지’ 역할을 한 것 같아서 보람이 있었죠(웃음)”

2004년 영화 ‘아는 여자’로 데뷔한 류승룡은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7번방의 선물’(2013), ‘명량’(2014), ‘극한직업’(2019)까지 1000만 영화만 4편인 국민배우다. 그는 내년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그는 “연기는 감정을 세공하는 것”이라며 “아직도 연기가 어렵다. 감정이 누구에게 어떻게 맞을지 알 수 없다. 가장 적절한 지점을 찾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적절한 지점을 찾는 균형 조율이 저의 화두입니다. 연기도 삶도 조율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생각해요. 과유불급이 되지 않으려 하고 있어요. 훌륭한 이야기꾼이 많고 기획자가 많은 나라에서 태어나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다는 데 감사할 따름이에요. 계속 새로운 것을 탐구하고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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