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화정신 조롱하는 구호 ‘매우 심각’

KBSA도 즉각 스포츠공정위 개최 빠른 대처

‘희생·존중’이라는 야구 최고가치 정면 위배

만연한 집단 조롱·혐오 문화 근절방안 찾아야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혐오와 조롱의 시대다. 특히 상대의 아픔이나 비극을 조롱하는 이른바 ‘밈(Meme) 문화’는 젊은 세대에게 일상처럼 퍼져있다. 이를 사회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과하다’는 의견이 더 많다.

사학명문으로 100년 이상 전통을 이어온 배재학당이 ‘과한 조롱’의 중심에 섰다. 그것도 ‘희생과 존중’을 최대 가치로 두는 야구 종목에서 일어난 ‘참사’다. 일부 학생선수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상대의 아픔을 조롱하는 건 명백한 폭력이며 결단코 용납할 수 없다. 잘못인지 몰랐다면, 더 큰 문제다. 야구계가 ‘배재고 야구부’가 된 걸 평생 후회하며 살아가도록 ‘참교육’해야 한다.

상황은 이렇다.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가 열린 29일 목동구장. 6-2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둔 배재고 선수들이 상대를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외쳤다. 참고로 ‘가야지’ 시리즈는 중·고교 야구부에서 유행하는 응원 구호다. 밈으로 만들기 좋은 운율을 갖고 있다.

이들이 외친 상대는 광주제일고. 광주는 5.18 민주화운동으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된 곳이다. 광주일고 선배들도 당연히 희생됐다. 광주를 연고로하는 KIA 타이거즈가 ‘호국 보훈의 달’에 군복 유니폼을 입지 않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있다. 군인들의 총칼에 희생된 연고지 시민들을 위해 단호히 ‘밀리터리 에디션’을 거부한다. “타이거즈 정신에 위배된다”는 설명도 따른다. 공교롭게도, 배재학당을 상징하는 동물(敎獸)은 호랑이다.

‘크고자 하거든 남을 섬기라(Whoever would be great among you must be your servant)’. 배재학당의 교훈이다. ‘왕자의 품격’을 뜻하는 모란이 교화다. 남을 섬기지도, 왕자의 품격도 잃었다. 교육 문제, 일부 학생선수의 일탈로 치부할 문제를 넘어섰다. 사회적 현상으로 불리는 청소년들의 커뮤니티 문화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결단을 내리면 된다. 배재학당이 광주일고를 조롱한 날, 마침 KIA와 SSG 스카우트가 목동구장을 방문했다. 참사를 목격했고, 이후 벌어진 수습과정과 여론의 뭇매도 지켜봤다. KBO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의뢰한 스포츠공정위원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성장기인 청소년이니 계도 기회를 줘야 한다’는 말은 미봉책일뿐이다. 미성년이라는 게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특히 비극의 당사자나 그 가족을 조롱하는 행위는 퇴출 0순위여야 한다. 학교가 기능을 못하면, 사회가 나서야 한다.

따라서 KBO는 29일 엔트리에 포함된 배재고 야구부 선수 전원에 대한 드래프트 신청 불허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신청 불허 근거를 KBO 규약에서 찾을 수 없다면, 긴급안건으로 신설해야 한다. 해당 행위에 동참하지 않은 선수나 그 학부모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팀’은 본래 공동운명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야구는 ‘희생과 존중’을 최우선 덕목으로 삼는 스포츠다.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구호, 역사를 모르는 학생선수, 오직 성적에만 목매는 학교 운동부 시스템은 스포츠계에서 사라져야 한다. 남을 조롱하려면, 모든 것을 잃을 각오도 해야 한다. 이걸 가르치는 게 어른이고, 사회의 역할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