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포항=박준범기자] “포항은 변태 같은 팀이다.”
김승대는 4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대한축구협회(FA)컵 전북 현대와 결승에서 풀타임을 뛰며 팀의 4-2 승리에 기여했다. 포항은 2012년과 2013년 FA컵 2연패 이후 10년 만에 다시 정상에 섰다.
쉬운 경기는 아니었다. 포항은 전북에 두 차례 리드를 내주며 끌려가기도 했으나, 후반 3골을 몰아쳐 역전승을 이뤄냈다. 김승대는 공격뿐 아니라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맹활약했다. 경기 후 김승대는 “경기가 생각대로 잘 안 풀려 선수들한테 실망도 했고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실점 후 바로 따라가서 힘이 났다. 전북이 지치는 게 보였다”라며 “경기 시작 전에 선수들한테 연장전 가기 싫다고 했다. 연장 가면 우린 무조건 ‘죽음’이라고 했는데 90분 안에 끝내자는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라고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다.
더욱이 김승대는 2013년 당시에는 데뷔 첫해이던 풋풋한 신인이었다. 10년이나 이번 대회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시즌이 시작할 때 걱정이 많았다”고 돌아본 김승대는 “자신이 별로 없었고 주장도 망설였다. 그런데 감독님은 무슨 느낌인지 모르겠는데 자신 있다고 하시더라. 감독님 말 들어서 나쁠 건 없는 것 같다”라며 “2013년보다 이번 우승이 더 기쁘다. 주장이라 MVP 줄 것 같았는데 안 주더라. (김)종우에게 ‘킹’이라고 해주고 싶다. 중요한 순간에 자신의 역할을 했다.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종우가 받아서 기쁘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포항의 창단 50주년이기도 하다. 김기동 감독과 선수들은 우승을 무조건 목표로 삼았다. 김승대는 “50주년에 우승을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라며 “그래서 (울산의) K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에 선수들에게 처음으로 쓴소리했다. ‘정신 차리고 지금 생각해야 하는 게 무엇인지 고민해보라’라고 다그쳤다. 제주와의 4강전 때부터 누구 하나가 번뜩이면서 나타날 줄 때가 됐다고 이야기했는데 숨어있다가 다 나왔다”고 강조했다.
“주장으로서 어린 선수들한테는 말만 해주고 베풀지 못했다”고 반성한 김승대는 “경기를 뛰고 중간 나이대 선수들 챙기기 바빴다. 너무 어린 선수들은 저랑 띠동갑 차이도 나서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선수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여 줬다면 그래도 90점은 되는 것 같다”라고 자신을 평가한 뒤 “포항은 항상 기대 이하로 시작하는데 그걸 이겨낸다. 변태 같은 팀이다. 감독님도 맨날 말씀하시는 게 자기는 다 겪어본 감독이라고 한다. 나도 좋은 일, 안 좋은 일 많이 겪어봤는데 포항만의 힘이 있다. 선수들에게 ‘항상 우리가 K리그에서 가장 잘한다’고 이야기했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게 실력 차이인데 포항에는 확실히 축구를 잘하고 좋은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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