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LG 트윈스는 이제 1승만 거두면 1994년 이후 29년 만의 정상 정복이다.

시즌 전부터 강력한 한국시리즈 우승 후보로 꼽혔다. 정규시즌 역대 최다승(87승)을 거둔 류지현 감독을 해고한 이유도 우승 멤버를 갖고도 포스트시즌에서 지지부진한 경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승 후보급의 전력을 갖춰도 장기레이스에서는 변수가 있게 마련이다. LG 최대 변수는 이른바 구단주와 감독 리스크였다. 구단주의 즉흥적인 선택, 결정은 프런트와 선수단이 직접 영향을 받는다. 정규시즌 1위로 구단주 리스크는 없다는 걸 증명했다.

신임 염경엽 감독을 우승 청부사로 영입하고도 ‘감독 리스크’를 우려한 까닭은 자신이 대한민국에서 야구를 제일 잘 알고 있다는 오만이 빈번한 작전으로 이어져서다. 정규시즌에서 여러 차례 드러났다. 워낙 팀 구성이 잘돼있어 고비를 넘기고 정규시즌 1위를 차지했다. KBO리그는 이변이 없는 한 정규시즌 1위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감독 리스크는 여전했다. 감독이 가만히 있어도 LG는 KT를 꺾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예상이었다.

야구 기자들은 염경엽 감독을 제갈공명에 빗대 ‘염갈량’이라고 부른다. 어떤 결과도 얻지 못했는데 이런 호칭을 쓰는 것도 맞지 않다. 차라리 대한민국 최초로 남자 구기 종목에서 금메달 획득을 이끈 김경문 감독에게 이런 별명을 붙인다면 이해가 된다.

올해 구단 창단 이래 처음 월드시리즈를 우승으로 이끈 텍사스 레인저스 브루스 보치 감독은 뭐라고 불러야 되나. KBO리그는 KS 우승에 4승이 필요하지만 올해 보치 감독은 WS 정상을 밟는 데 무려 13승을 했다.

야구는 겸손해야 한다. 슈퍼스타 1명이 우승을 이끌 수도 없고, 감독이 정상으로 이끌 수도 없는 게 야구다. 14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 감독들의 발언은 늘 상대 존중과 야구에 대한 겸손이다.

KBO와 MLB의 가장 큰 차이는 감독의 역할이다. KBO리그는 전형적인 감독의 야구다. 스포트라이트도 감독이 받는다. 포스트시즌 인터뷰가 모두 감독 중심이다. 취재진과의 만남이 감독에 국한하는 구조적 이유도 있다.

반면 MLB는 선수의 야구다. 감독이 대타를 쓰고 홈런을 쳐도 선수에게 공이 돌아간다. 감독은 선수 다음이다. 감독은 그 역할을 하라고 있는 자리다.

LG는 4차전까지 3승을 올렸다. 언론에서 치켜세우는 염갈량의 작전과 용병으로 이긴 경기가 몇 경기인가. 홈런을 터뜨린 박동원, 오지환, 김현수가 승리의 주역이다. 물론 선수와의 끈끈함, 적절한 투수교체는 인정받아 마땅하다.

KBO리그는 감독의 야구가 되다 보니까 작전이 꽤 많다. 물론 MLB와는 파워의 차이가 커 스몰볼 위주의 이유도 있다. 작전이 상대적으로 잦을 수밖에 없다는 점 이해가 된다.

그러나 KT와 LG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양 팀이 누상에서만 주자가 11명이 아웃됐다. 도루 실패 4회, 베이스 러닝 판단 미스 6회, 견제가 1회 등이다. 도루시도 자체로 상대를 흔들수 있지만 실패가 많다.

올 WS는 4승1패로 끝났다. 애리조나 토리 러벨로 감독이 오랜만에 스몰볼 야구를 펼쳤다. MLB는 최근 들어 워낙 빅볼에만 의존한 터라 오히려 신선했다. 8개의 도루를 시도해 7개를 성공했다. 보내기번트 5회, 희생플라이 2개 등 스몰볼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러나 텍사스 보치 감독은 작전이 거의 없었다. 아돌리스 가르시아가 도루 1개를 성공한 게 전부다. 팀 색깔에 맞게 작전이 없다고 봐야 한다. 보치 감독의 탁월함은 9월에 부상으로 고전한 선발 존 그레이 활용이었다.

감독의 역할은 줄이고 선수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게 우수한 지도자다. 감독은 리더십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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