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소비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 연말 유통·패션업계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노려 소비자의 지갑을 활짝 여는 모양새다.

올해 소비자가 할인 행사할 때만 돈을 쓰는 ‘불황형 소비’ 행태가 뚜렷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장기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반짝 특수’로 그치지 않게 매출 지속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 첫날에만 ‘500억’ 팔았다…‘블프’ 효과로 소비둔화 회복되나

쇼핑 지출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전개되면서 오픈런이 사라졌다. 매장 문을 열자마자 달려드는 이른바 ‘개점 인파’(도어버스터)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온라인으로 매일 뜨는 특가 예고 등을 통해 할인 상품을 미리 알 수 있게 되자 소비자들은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에 몰리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가 올 연말 블랙프라이데이서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는 배경이다.

20·30세대 인기 패션 플랫폼으로 꼽히는 무신사는 ‘무진장 블랙프라이데이’로 시작 첫날 500억에 육박하는 누적 판매액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행사 첫날 대비 42% 증가한 규모이며, 3일 기준 판매액은 약 2700억을 넘어섰다.

현재 누적 상품 순위에는 주로 헤비 아우터, 패딩, 코트 등 겨울철 의류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고가에 속하는 겨울철 의류를 할인가로 구매해 구매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무신사는 “현재 무진장 블랙프라이데이 브랜드 랭킹 상위권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들이 올라와 있다”며 “올겨울 트렌드 아이템으로 떠오른 숏패딩 인기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 여성 소비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패션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블프 행사인 ‘더블유데이’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상품군은 ‘아우터’다.

W컨셉은 “11월 20~26일까지 어패럴 상품 매출 분석한 결과, 아우터 카테고리 지난해 동기 대비 25%, 패딩 101%, 점퍼 50% 큰 폭으로 신장했다”며 “추운 날씨 영향으로 모자 76%, 스카프·머플러 42% 등 액세서리류 상품도 인기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스타일 패션플랫폼 지그재그는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 첫날(11월 20일) 직전 주 대비 신규 가입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하며, 일 최고 거래액과 주문 수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지그재그 데이터 분석 결과,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 동안 패딩 등 아우터 상품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특히 가성비 SPA 브랜드 스파오 상품이 판매량을 끌어올렸다. 지그재그는 “오프라인은 방문해야 할인 상품을 알 수 있지만 온라인은 매일 뜨는 특가 예고 등을 통해 할인 상품을 미리 알 수 있어 인기”라고 분석했다.

에이블리 데이터 분석 결과, 패션브랜드 상품의 경우 스트릿·캐주얼 브랜드부터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다양한 브랜드 상품이 인기를 끌었으며, 패딩, 후드를 비롯해 머플러, 슬리퍼 등 패션잡화 등 보온성 높은 아이템이 인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블리는 “이번 블랙프라이데이 거래액은 지난해 행사 대비 90% 증가했으며, 주문 고객은 75% 늘었다”며 “에이블리를 통해 한 곳에서 원하는 상품을 취향에 맞춰 추천받고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쇼핑 편의성 및 구매 전환율이 향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제 블랙프라이데이도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이머커스’로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고 쿠팡은 오쏘몰, 재로우돔 유산균, 제니쿠키 등 직구 인기 상품과 더불어 냉장고, 청소기, 모니터 등 가전디지털 제품도 인기가 높다.

쿠팡은 “팬데믹으로 온라인 쇼핑이 익숙해진 고객들이 점차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을 많이 찾는 추세”라며 “고물가에 원하는 상품을 큰 할인율로 구매할 수 있고, 장바구니에 미리 상품을 담아두었다가 빠르게 물건을 쇼핑할 수 있는 점 등이 고객들이 온라인 쇼핑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컬리는 “지난달 20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컬리 ‘블랙위크’ 기획전에서 장바구니 단골 먹거리인 밀키트와 신선식품이 인기가 높았다”며 “‘스타벅스 캡슐커피 13종 골라담기’, ‘레오나르디 모데나산 콘디멘토 화이트 발사믹’, ‘포비베이글 크림치즈 8종’ 등 상품들이 주요 순위권에 포함됐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SSG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한 이달 20일부터 26일까지 해외직구 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매출이 전년 대비 59% 늘어났다”며 “특히 매출 비중으로는 ‘명품’ 카테고리 매출이 전체의 54%를 차지해 1위에 올랐음. 신장률 또한 153%로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SSG닷컴은 특히 ‘몽클레어’와 같은 고가의 겨울 외투류가 매출 상위권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프라인 중심의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의 경우 패션, 뷰티, 라이프 등 카테고리별로 매장을 직접 방문해야 했으며, 구매를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서거나 시간 제약상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며 “그러나 온라인 플랫폼이 과거 블랙프라이데이 애로사항을 한 번에 해결하면서 연말 실적 매출고를 올리고 있다”고 흥행의 배경을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를 전형적 불황형 소비 행태로 파악한다. 실제 소비 심리는 겨울이지만, 성장세인 이커머스 할인행사의 경우 봄바람이 분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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