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 여기저기에서 캐롤이 울려퍼지고, 조명들이 형형색색 빛을 내며 연말이 다가왔음을 알리고 있다. 옷깃을 계속 여며야 할 겨울이지만, 내가 속한 공간만큼은 그리고 내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해지길 원하는 시기다. 독자 여러분 모두 따뜻하고 행복한 연말을 보내시길 기원한다.
계속 따뜻한 이야기만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12월이 시작되자마자 슬픈 통계가 발표됐다. 지난해 국내 우울증 환자수가 처음으로 100만 명이 넘었다는 소식이다. 특히 이 중 20대가 18.6%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6%로 그다음을 잇는다는 사실은 더 슬프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고 한다. 현재 2, 30대가 많이 힘들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 수치로 확인하니 숨이 턱하고 막힌다. 가장 에너지 넘치게 일하고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병이 이들을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미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방송이나 SNS 등 미디어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리고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것을 권해 왔다.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우울증 극복 방법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이 바로 운동이다. 운동이 뇌 신경전달물질 생성을 촉진하고 전달체계를 활성화해 약물치료를 한 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운동이라고 하면, 대부분 심폐지구력을 키우고, 근육을 키우고,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움직일 수 있도록 단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숨이 가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 호흡을 제어할 수 있도록 만든다’
‘무거운 것을 들 때 신체 각 부위가 무너지지 않도록 내 몸 각 부위를 제어하도록 만든다’
‘빨리, 높이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밸런스나 중심을 잃지 않도록 내 몸을 제어하도록 만든다’
그렇다. 결국 운동이라는 것은 내 신체를 내 뜻대로 제어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습하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제어를 위해 신체 곳곳에 명령을 내리고 전달하는 것이 바로 뇌와 신경들이다. 내 몸을 내 뜻대로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곧 외부로부터 몰아치는 여러 영향에서도 나를 바로 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연결된다. 신경전달물질까지 생각하지 않아도 이런 효과가 바로 우울증 치료에 있어 운동의 역할인 셈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보자. 내 몸뿐만이 아니라 나에게 영향을 주는 그 상황까지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다면? 호신술은 바로 이 단계에 속해있는 ‘운동’이다. 나에게 위협을 가하는 상대, 상황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서 상대(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나에게 유리하도록 풀어가는 방법을 익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상황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자기 믿음’, 즉 자신감이 바로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수련생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이 있다. “무술을 열심히 수련해도 실제 길거리에서 싸울 일이 생겨 배운 것을 사용할 기회는 평생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장 생활이나 일상 생활에서 큰 스트레스를 받거나 멘탈이 흔들리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 정도 난관은 헤쳐나갈 수 있어’라는 자신감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경우는 자주 발생한다. 수련의 효과는 그때 드러난다”고.
그 어떤 범죄보다도 많은 사람들을 다치게 하고 세상을 등지게 만드는 ‘우울증’. 내 신체뿐만이 아니라 내 정신, 영혼까지 지킨다는 생각으로 호신술을 익혀야 할 때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