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김하성은 시즌 도중 기자와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 와서 신상 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었다”며 “하루 하루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2021년 입단 때는 MLB 투수들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출장을 보장받지 못했다. 2022시즌 각고의 노력으로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의 부상 공백을 너끈히 메우며 팀 내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오프시즌 구단은 유격수 잰더 보가츠(31)를 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서 11년 2억8000만 달러에 영입해 포지션을 2루수로 바꿔야 했다.
MLB 적응을 마친 김하성은 2023년 2루수로 포지션 변경에도 타율 0.260-17홈런-60타점-38도루-OPS 0.749로 팀 내 MVP 활약을 과시했다. 봅 멜빈 감독은 김하성을 신뢰하며 주 주전 2루수에서 매니 마차도가 지명타자로 나서면 3루수, 보가츠가 휴식을 최히면 유격수로 출장했다. MLB 입문 후 최다 152경기에 출장했다.
결과는 한국인 최초의 유틸리티맨 포지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만점 활약이었다. 여유 있게 2024시즌 한국 개막전을 기다리는 김하성에게 또 신상 변화 조짐이 보이는 뉴스가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그동안 장기계약으로 헛돈을 쓴 구단은 재정 취약으로 후한 소토를 트레이드하면서 연봉 절감의 신호탄을 쏘았다. 이어 등장한 게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와 2루수 김하성의 묶음 트레이드다. 사실 이 트레이드도 연봉 절감이다. 열쇠는 김하성이 아닌 크로넨워스다.
A J 프렐러 단장은 시즌 초 크로넨워스(30)와 7년 8000만 달러에 장기계약을 맺었다. 앞으로 잔여 연봉이 7577만5000 달러에 이른다. 김하성은 고작 700만 달러다. 2025년은 상호 옵션에 연봉 700만 달러여서 이를 김하성이 받아들일 리 없다.
팬들이 좋아하고 골드글러브를 수상하고 허슬플레이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고 연봉 가성비가 으뜸인 김하성 트레이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크로넨워스의 연봉을 상대에 떠넘기기 위해 김하성 카드를 뽑아 든 셈이다. 크로넨워스의 2023시즌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는 1.0이다. 김하성은 무려 5.8이다.
사실 김하성의 가성비 높은 활약으로 가치는 높지만 트레이드 카드로 만족할 만한 톱클래스 유망주를 받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투수를 줄지는 의문이다. 뉴욕 양키스에 후안 소토를 주면서 샌디에이고는 3명의 투수를 받았다. 소토는 명예의 전당 급으로 분위기를 띄웠다. 양키스는 좌타자가 필요했다.
샌디에이고는 숱한 대형 트레이드로 마이너리그에 유망주가 없는 상황이다.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도 찾기 어렵다. 오죽했으면 2023시즌 후반기 때 마차도는 “다른 팀에는 유망주들이 올라오면 100마일씩 강속구를 뿌리는 데 우리는 왜 그런 투수들이 없냐?”며 구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미국 스포츠에는 ‘절대 안 된다고 말하지 마라(Never say never)’는 격언이 통하는 곳이다. 김하성의 트레이드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연봉을 줄이기 위한 트레이드에 팀에서 절대 필요한 김하성이 희생양이 되는 듯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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