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제주=정다워 기자] 중국 슈퍼리그 허난FC 지휘봉을 잡은 남기일 감독은 지도자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남 감독은 2024시즌 슈퍼리그 허난 지휘봉을 잡는다. 10일 출국해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그는 K리그 대표 ‘장수 사령탑’이다. 2013년 광주FC에서 감독대행으로 시작해 무려 11시즌 동안 쉬지 않고 사령탑으로 일했다. 중간에 팀을 나와 3개월 정도를 쉰 적은 있지만 그 이상 ‘백수’로 지낸 적이 없다. 이번에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나온 지 약 3개월 만에 새 직장을 찾았다. 이 정도면 ‘취업의 신’이다.

‘재취업’ 직후 제주에서 스포츠서울과 만난 남 감독은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축구 공부도 하고 기회가 되면 해설, 방송도 하며 새로운 경험을 쌓고 싶었다”면서 “중국에서 적극적으로 러브콜이 왔다. 처음에는 고사했는데 리웨이펑 부사장이 굉장히 의욕적으로 설득하더라. 진심이 느껴졌다. 설레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결정했다”라며 중국행 배경을 얘기했다.

해외는 첫 경험. 남 감독은 “선수 시절 훈련하러 가본 적은 있다. 그 외에는 아예 모르는 곳이라 걱정도 많다. 원래 앞이 보이지 않으면 두렵기 마련”이라면서 “두려움을 감내하고 도전하는 게 감독의 운명이라 생각한다. 말이 통하지 않겠지만 축구로 대화하면 된다. 문화는 다르지만 축구는 하나다. 공통 언어로 말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만 39세에 감독을 시작한 그는 올해 50세다. 지천명이지만 남 감독은 ‘초심’을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제주에서 안주한 마음이 있었다. 그동안 해온 것을 그대로 해도 성적이 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 많은 게 닫혀 있었다. 새로운 곳에 가서 다시 감독 남기일을 만들어가고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할 것이다.”

좋은 성적을 내는 것과 별개로 남 감독의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처음 시도했던 신선한 축구를 다시 하는 것이다. 그가 처음에 광주를 이끌 때는 화끈한 ‘공격 축구’가 무기였다. 이후 1부 승격이라는 결과를 위해 타협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남 감독을 만든 건 초기의 능동적인 축구였다.

그는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못한 게 많다. 원하는 축구를 한때는 많지 않다. 성남, 제주에서는 선수에 맞춰서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결과가 중요했기에 타협해야 했다. 10년간 좋은 부분도 많았고 성과도 냈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에서는 원하는, 하고 싶은 축구를 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한국에서 못 이룬 챔피언스리그 진출도 이뤄보고 싶다. 팀을 강하게 만들고, 그 속에서 선수 역량을 발전시키는 팀을 만들고 싶다. 늘 강조한 ‘선수의 성장’을 중국에서도 강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진출을 통해 남 감독은 산둥 타이산 최강희 감독, 청두 루청 서정원 감독과 경쟁한다. 남 감독은 “기대가 많이 된다. 한국에서도 두 분을 보며 많이 배웠다. 내게 영향을 많이 끼친 분이다. 두 분 모두 늘 나보다 강한 팀에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달라진 게 있다면 나도 성장했다는 점이다. 이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두 분이 워낙 잘해오셨기에 한국 감독 인식을 더 좋게 하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