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카타르)=강예진 기자]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은 축구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승규(알 샤밥)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패배 직전에 몰리다가 후반 막판 황인범의 극적인 골이 터졌을 땐 그나마 안도했다.

김승규는 20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진행 중인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요르단과 조별리그 2차전을 귀빈석에서 관전했다. 후반엔 관중석으로 나오기도 했다.

‘클린스만호’의 넘버원 수문장인 그는 요르단전을 앞두고 훈련 중 불의의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입었다. 장기간 수비진과 호흡을 맞춘 그의 이탈은 64년 만에 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한국에 뼈아픈 일이다.

김승규는 현지에 온 가족과 조기 귀국 일정을 잡았는데, 안타까운 마음을 다 잡고 요르단전 현장에서 동료를 응원했다.

한국은 전반 9분 만에 손흥민이 페널티킥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 갔다. 손흥민은 득점 직후 김승규의 유니폼을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로 감동을 줬다. 김승규 역시 고마운 마음을 품었을게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한국은 요르단의 강한 전방 압박에 고전했고 전반 37분 상대 코너킥 때 박용우의 자책골이 나왔다. 이후 쉴 새 없이 요르단 공세에 시달리더니 전반 추가 시간 야잔 알나이마트에게 역전골까지 허용하며 고개를 숙였다.

답답한 마음이 컸는지 김승규는 목발을 짚고 관중석으로 나와 후반 동료의 경기를 바라봤다. 그러나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자 표정은 어두워졌다. 침통해했다.

그러나 동료는 투혼을 발휘했다. 어려운 경기 흐름에도 후반 교체로 들어온 김태환이 막판 투지 있게 측면을 파고들어 크로스했다. 이어진 상황에서 황인범이 왼발로 때린 슛이 요르단 수비 발 맞고 골문을 갈랐다.

한국은 요르단과 2-2 가까스로 무승부를 거뒀다.

김승규는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한 뒤 어느 때보다 대표팀 경기를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후반 추가 시간 한국이 프리킥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전골 기회를 놓쳤을 땐 입술을 깨물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에도 동료가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승점을 따낸 것에 조금이나마 마음을 다 잡을 만했다.

김승규 대신 골문을 지킨 조현우는 전반 초반 두 차례 선방을 펼쳤지만, 요르단 공세에 2실점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후반엔 수비 지역에서 한 차례 결정적인 패스 실수로 위기를 자초했는데, 김승규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그의 어깨가 더욱더 무거워질 전망이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