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호떡집에 불이 났다. 집주인은 불을 끄는 데 급급하다. 누가 불을 냈는지, 이유가 무엇인지는 뒷전이다.
그사이 소문이 양산된다. ‘빚을 졌다더라’ ‘갑질을 했다더라’ ‘재료 대금을 미뤘다더라’ 등 그럴싸한 소문만 발없는 말이 돼 천리를 간다.
“현직 감독에게 유례없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뒷돈요구로 해고되고 검찰 수사를 받는 전 단장과 연루된 사건이라더라.”
불난 호떡집보다 뜨겁다. 한 해 농사를 좌우하는 스프링캠프를 코앞에 두고 터진 사건에 야구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KIA 김종국 감독이 최근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수사부(부장검사 이일규)에 소환조사를 받았다. 해당 사실은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 “해결할 수 있는 사건”이라고 판단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뒤늦게 사실을 인지한 구단이 김 감독을 불러 확인했더니 “조사받은 사실이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수사 시작단계여서 한 달 이상 장기화가 불가피하니, 우선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감독도 동의했다. 어차피 모든 신경을 시즌 준비에 쏟을 수 없고, 만에 하나 기소의견으로 구속되면, 뒷감당이 더 힘들어진다.
혐의는 금품수수다. 공직자가 아니므로 뇌물수수는 아니다. 배임수재다. 경제사건이어서 입증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얼마를 받았는지, 누구에게서 받았는지, 의도가 있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 생각보다 꽤 복잡한 사안이다.
일각에서는 “결백하다고 주장했다”고 했지만, 구단의 직무정지 처분에 동의했다는 건 사건의 심각성이 작지 않다는 의미다. 구단측도 “작지 않은 사건”이라고 했다. 금전이 오간 어떤 행위에 현직 감독 이름이 나왔고, 검찰조사에서 일부 사실을 인정했으니 의도를 떠나 법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설상가상. 아니기를 바랐던 장정석 전 단장과 연결된다. 지난해 11월말 검찰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문건에서 김 감독 이름이 나왔다는 후문이다. 여러모로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모양새다.
집주인은 불을 끌 엄두도 못내고 있다. 화재 원인은 파악한 것으로 보이지만, 물을 쏟아야할지 모래를 퍼부어야할지 판단을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불길은 거세고, 구경꾼이 내는 뜬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래도 집주인은 “자연진화하기를 바라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구단에 누군가 김 감독이 수사받고 있는 사실을 제보했다”고 한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제보한 것인지에 구단은 함구 중이다.
또다른 쪽에서는 “구단이 캠프 준비를 위해 항공티켓을 발권하던 도중 김 감독의 출국금지 사실을 확인한 게 바로 그 제보”라는 주장도 펼친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영장 실질심사가 언제인지 들은 게 있느냐”라는 질문에 구단 측이 크게 놀라지 않은 것도 이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어쨌든 김 감독은 구속 기로에 섰다. 장 전 단장에게도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을 보면, 기소로 이어질 만한 물증이 없던 차에 김 감독의 ‘일부 시인’이 트리거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감독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사실과 후원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황 등이 여러 언론을 통해 동시간에 퍼진 것은 검찰이 여론을 통해 수사를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쓰는 클리셰라는 시각도 있다.
불이 난 KIA를 빠르게 진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것뿐이다. 물론 구단으로서도 ‘감독 유고시’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게 불을 끄는 것만큼 중요한 시점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