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유다연 기자] “제발 혼자 시청하셨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과 볼 수 있는 작품들은 많지만 ‘LTNS’는 심심하고 사회에 불만이 생겼을 때 보시길 바랍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LTNS’를 공동연출한 임대형, 전고운 감독은 이같은 신선한 당부를 남겼다. 대개 시청자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하면 누군가와 함께 볼만한 작품이라고 추천하지만 이 기발한 드라마를 연출한 감독들은 필히 “나 홀로 시청”을 부탁했다.

‘LTNS’는 불륜 커플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는 공갈 부부단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영화 ‘소공녀’(2015)를 연출한 전고운 감독, ‘윤희에게’(2019)의 메가폰을 잡았던 임대형 감독이 프리티 빅브라더 팀으로 뭉쳐 연출과 극본을 맡았다.

불륜은 드라마의 고전적 소재지만 시각을 비틀었다. 전고운, 임대형 감독은 “불륜은 사랑과 사람의 이면을 보여주기에 적합한 소재”라며 “노년, 동성 커플 등 미디어에는 가시화되지 않은 많은 커플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면서 드라마의 현실성을 높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 노년·동성 커플 등 다양한 불륜커플 조명, 야구에 ‘불륜’빗댄 대사 화제 모으기도

감독들이 홀로 보라고 당부한 이유가 있다. ‘LTNS’는 매 회차마다 불륜커플들의 수위높은 베드신으로 출발한다. 이에 대해 임대형 감독은 작품의 완성도를 위한 연출이었다고 설명했다.

“각 커플들의 베드신을 통해 이들의 성격과 이야기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구조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연출이 됐죠.”

여성감독인 전고운 감독이 베드신 연출을 담당했다. 주로 독립영화를 연출했던 전 감독은 모든걸 내려놓는다는 마음으로 불륜 행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수위높은 대본을 썼다.

“OTT 플랫폼을 통해 지금껏 본 적 없고 신선한 대사를 표현하려고 했어요. 제작진 스스로 검열을 낮추기도 했죠. 드라마 공개 후 다들 수위 얘기를 하는데 저희는 이미 무뎌져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새롭게 다가왔어요. 자극적인 소재들이 많다 보니 혹평받을 각오도 했는데 작품의 이면을 많이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 랜선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공동연출인만큼 두 감독의 역할분담이 중요했다. 반장, 부반장 시스템을 도입해 각자 담당하는 부분만 반장이 스피커를 드는 것이다. 부반장은 반장이 놓치는 걸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전감독은 여성 배우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주력했다.

“베드신이라는 게 배우들에게 예민한 촬영이죠. 여배우들에게는 같은 여성인 제가 상대적으로 편하기도 한 편이에요. 그래도 차 내부처럼 협소한 공간에서는 임 감독님과 함께 자세를 잡았습니다. 모두가 민망한 상황에서 감독들마저 민망해하면 어떻게 연기하나 싶어 더 굳세게 갔던 거 같습니다.”

‘LTNS’는 다채로운 은유와 비유가 담긴 대사로 불륜을 빗대기도 했다. 주인공 사무엘(안재홍 분), 우진(이솜 분) 부부의 친구이자 처음으로 돈을 뜯어낸 정수(이학주 분)의 불륜 상대가 “진정한 야구팬이라면 두 팀 다 응원할 수 있는 거야”라는 대사는 특히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야구를 인생에 비유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것처럼 불륜에 비유해도 좋다고 생각했죠. 저는 두 팀을 응원하는데 야구팬 중에는 지조를 가지고 한 팀만 응원하는 사람도 있어요. 정수와 불륜녀 모두 ‘T’라고 적힌 모자를 썼는데 서로 다른 팀을 응원하는 장면이 나와요. 사실 두 팀이 허락해주신 덕에 나올 수 있었던 우연의 일치였습니다.”(임대형 감독)

불륜 커플들을 협박하며 한탕주의를 꿈꿨던 우진과 사무엘 부부는 결국 서로의 불륜 때문에 몰락한다. 일각에서는 권선징악이라는 반응도 나왔지만 임 감독은 타인의 일이 내 일이 됐을 때의 참담한 감정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타인의 삶을 웃으며 관찰하지만 자신의 상황이 되면 웃을 수 없는 게 블랙코미디의 특징이죠. 사무엘과 우진 부부는 ‘개싸움’일 정도로 서로에게 상처를 줘요. 끝을 봐야 하는 싸움이기에 보는 분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고 싶었죠.”

2년간 함께 작업했던 이들 감독은 프리티 빅브라더 팀의 기약 없는 이별에 아쉬움을 표했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시즌2 작업에 대해서는 플랫폼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전했다.

“6부작보다 더 늘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영화 각본을 쓰던 느낌을 살려 ‘모든 걸 때려 넣은’ 밀도 있는 작품을 완성했죠. 시즌2는 티빙에서 요청하지 않는 이상 저희가 매달려서 쓰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웃음) 전우애를 나눈 동료와 이별하는 느낌으로 너무 아쉽습니다. 연출자로서는 다시 하기 힘든 경험을 했습니다”

willow6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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