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KT 이강철 감독(58)이 백업포수 고민에 빠졌다. 직접 강현우(23) 김준태(30) 수비 훈련까지 시킬 정도로 속을 끓이고 있다. 어느 한쪽도 시원스럽게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정규시즌에까지 이럴까 노심초사다.

17일 KIA와 시범경기가 그랬다. 1회말, 1루에 나간 김도영이 빠른 발로 루를 훔쳤다. 포수 강현우가 2루로 쐈지만 세이프였다. 타이밍은 괜찮았다. 송구 지점이 태그를 하기엔 부족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소크라테스 타석에선 평범한 바깥쪽 볼을 포구하지 못해 뒤로 빠뜨렸다. 1루에 있던 최형우가 2루까지 편하게 진루했다.

3회말엔 김선빈이 도루를 했다. 아예 송구를 포기했다. 늦었다는 판단에서다. 4회말 1사만루 상황에선 전용주가 던진 볼 블로킹에 실패했다.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6회말에도 커브볼을 받아내지 못했다. 2루에 있던 주자가 3루로 진루했다. 야수실책, 황대인에게 3점 홈런까지 더해져 6회말 7실점했다. 이른바 ‘빅이닝’이었다.

이 감독은 18일 “포수는 수비를 잘해야 한다. 두 번째 포수를 찾아야 하는데 고민”이라며 “도루도 많이 허용한다. 수비가 안 되다 보니 시범경기에서 빅이닝을 허용했다”고 토로했다.

앞서 11일 SSG전에서도 포수 수비가 아쉬웠다. KT는 폭투 1개, 도루 5개를 내주며 흔들렸다. 3회초, 선발포수로 출장한 김준태는 최지훈이 도루를 했으나 원바운드로 송구해 아웃을 잡지 못했다.

이 감독이 6회초 수비 도중 포수를 강현우로 교체했다. 한유섬이 삼진으로 물러난 사이 오태곤이 2루를 훔쳤다. 강현우가 던진 2루 송구는 태그하기에 부족했다. 이 감독 한숨이 나올 무렵 3루 도루를 저지하며 간신히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 2실점도 포수 실책이었다. 폭투를 블로킹하지 못해 3루 주자가 홈으로 들어왔다. SSG가 주자 1,3루에서 도루를 했다. 이중도루였다. 2루로 송구했는데 하필이면 볼이 빠졌다. 중견수까지 흘러갔다. 3루 주자가 또 홈으로 들어왔다. 이렇게 0-3으로 졌다. 이 감독이 뿔이 났다. 경기 후 직접 두 선수를 불러 수비 훈련까지 시켰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고충을 토로했다. 오죽하면 지나가는 황재균에게 “너 포수 할래”라고 말할 정도였다. 황재균도 웃으면서 “네. 시켜만 주시면 열심히 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농담 반, 진담 반이었지만, 그만큼 고심이 깊다는 방증이었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도입되면서 포수 프레이밍은 의미 없다는 게 이 감독 생각이다. 블로킹이나 송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백업 포수들이 이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고교시절 투수 겸 포수를 한 강백호에게 포수 제안을 했을 정도다. 주전 포수 장성우가 있다. 그렇지만 백업 포수 없이 풀타임 시즌을 치르기는 어렵다. 이 감독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