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선풍기 틀고 자면 안 된다고 잔소리하신다. 나 40대고 의사인데.”
얼마전 SNS를 보다가 “푸핫”하고 폭소를 터뜨렸던 유머다. 필자도 여전히 부모님께 여러 잔소리를 듣는다. “찬 음식 먹지마라”, “청소 깨끗이 해라”, “술 많이 마시지 마라” 등등. 심지어 밤 11시쯤 전화를 받았는데 외출 중이면 “늦은 시간에 위험하게 왜 돌아다니나”라는 말씀까지 하신다. 필자가 호신술 가르치는 사람인데도 말이다. 이렇듯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언제까지나 잔소리로 이어질 것이다.
봄이 오고 있다. 햇빛의 색이 훨씬 따뜻하게 변했고, 바람이 불어도 살을 에인다기 보다는 산뜻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그리고 칼바람에 몸을 잔뜩 움츠렸던 사람들도 옷차림이 가벼워짐과 동시에 외부활동을 조금씩 시작하고 있다. 오늘은 봄을 맞이해 활동의 폭을 조금씩 넓히고 있는 분들을 위한 잔소리 몇가지 해보려 한다.
‘아침 혹은 밤 조깅 전에는 꼭 준비운동을 해야’
벌써부터 한강 둔치에서 러닝을 즐기시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봄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일교차가 심해서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도 있다. 봄이 와서 들뜬 마음에 충분한 준비동작 없이 겨울 전 뛰었던 것처럼 급하게 페이스를 올리면 자연스럽게 부상이 따라온다. 필자의 수련생 중에도 벌써 부상자가 있다. 제발 준비운동 좀 하자.
‘등산은 아직 겨울산이라는 생각으로 조심 또 조심’
봄꽃 나들이 겸 등산객이 점점 많아질 시기이다. 하지만, 도심에 비해 산속의 겨울은 길다. 아직 눈이 오는 곳도 있고, 낮은 기온 때문에 땅이 얼어 있는 곳도 많다. 해가 지는 시간도 빠르다. 장비나 옷 등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상처를 입거나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필자 친구도 최근 따뜻한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얼어있던 산길에 미끄러져서 허리를 다쳤다. 제발 산은 얕보지 말자.
‘도대체 길에서 잠들 만큼 과음은 왜 하는 건데’
최근 ‘따뜻해지기는 했구나’라고 실감한 날이 있다. 필자는 일이 밤 10시가 넘어서야 끝난다. 체육관을 정리하고 나서면 거의 11시다. 요즘 이 시간에 집으로 가다보면, 술에 취해 가로수에 기대어, 계단에 걸터앉아, 인도 한가운데서, 잠들어 있는 취객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칼바람이 부는 한겨울에는 절대 볼 수 없던 장면이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여전히 새벽은 춥다. 그런데 취객들은 한겨울보다 한층 얇아진 옷을 입은 채 길거리에 쓰러져 자고 있다. 근처 파출소에 신고를 두 번 했다. 부디 한잔했으면 제발 집으로 일단 들어가자.
‘위험하다고 가지 말라는 곳은 제발 좀 가지 말자’
동네 공원의 산책로, 등산하던 중 발견한 왠지 지름길일 것 같은 갈림길, 밤늦게까지 술 마신 후 귀가하던 중에 있는 으슥한 골목 등 가지 말라고 팻말이 쓰여 있거나 왠지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는 곳은 안 가는 것이 맞다.
봄을 맞아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는 이들은 당신뿐만이 아니다. 산책로나 등산로에서 보수해야 할 곳을 찾고 공사를 시작하는 곳들도 많아져서 위험 팻말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쪽으로 가도 돼”, “예전에 잘 열려 있었어”라며 굳이 위험하다는 곳으로 용감하게 한 발을 내딛는다.
또한 한겨울동안 추위 때문에, 또 외부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이유로 길거리 사건사고에 휘말릴 가능성도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날이 따뜻해지는 만큼 늦은 시각 으슥한 골목 등은 피해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일찍일찍 집에 들어가면 더 좋다. 위험한 곳 가지 말라는 것은 외국 여행을 가는 분들에게도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특히 이 시기에 많은 분이 가는 동남아 쪽 국가들은 아무리 관광지라도 치안 수준이 우리만 못 하다. “이곳은 가지말라”고 가이드가 말하거나 혹은 팻말에 쓰여 있다면, 제발 좀 가지말자.
병에 걸려 치료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건강을 위해 훨씬 더 좋은 방법이다. 호신도 똑같다. 상황이 벌어져서 그 상황을 해결하는 것보다는 아예 처음부터 그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호신술이다. “상대가 칼을 들고 덤벼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죠?” “일단, 상대가 칼을 들고 달려드는 상황까지 만드는 삶을 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수련생이 자주 하는 질문에 필자가 하는 잔소리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