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를 연출한 김진민 PD가 유아인에 대한 복합적인 심정을 전했다. 현장에서 희생정신을 발휘하며 최선을 다해준 배우에 대한 고마움과 약간의 아쉬움, 원망이 있다고 했다. 비율을 보면 고마움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아인은 ‘종말의 바보’에서 주인공 세경(안은진 분)의 연인이자, 뛰어난 연구 능력을 인정받아 한국을 탈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은 생명공학 연구원 하윤상을 맡았다. 이름값에 비해 작은 역할이지만, 세경의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이며 임팩트 있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유아인이 낙점됐다.
촬영이 모두 끝나고 편집 등 후반작업 중이었던 지난 3월 무렵 유아인은 마약 투약 등 혐의로 기소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당초 지난해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었던 ‘종말의 바보’는 1년여 동안 공개되지 못하다 지난달 26일 빛을 보게 됐다.
김진민 PD는 3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건이 있기 전까지 유아인은 배우로서 상당히 많은 역할을 했다. 안은진이 윤상 역할에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원하기도 했고, 정성주 작가가 ‘밀회’에서 연을 맺어 유아인과 친하기도 했다. 유아인이 정 작가 대본이 나오면 꼭 보여달라고 했던 것 같다. 나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작은 역할임에도 유아인이 관심을 보냈다. 제가 안은진과 작품 하고싶다고 한 뒤였다. 사실 유아인이 이 작품 할 거라고 기대도 안 했다. 너무 작은 역할이라서. 진심이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내심 욕심이 생겼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세경 역할에 매우 중요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다. 만나는 순간 세경이 달라질 수 있는, 스파크를 튀기는 역할은 유아인이 해주길 바랐다. 아인이 배우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도 많이 했고, 연기로서 상대를 자극시키기도 했다. 단독 신에서도 그의 표현력 덕분에 연출 입장에서 힘들었던 부분도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이 터지고 부터 김진민 PD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편집을 다시 해야 하는 부분이나, 편집 분량에 대한 고민 등 적잖은 짐을 떠안아야 했다.
김 PD는 “그 사건이 터지고 내 손은 떠났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원망이 있진 않다. 나혼자 판단할 문제도 아니었다. 감정이 아예 없을 수는 없지만, 고마움이 더 크다. 원망이 많지는 않다”며 “대중이 더 많이 사랑한 배우라서 더 당황스럽고 힘들었던 것 같다. 대중의 질책을 저와 넷플릭스, 작품 관계자가 감당하고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기간 내내 정말 죽을 만큼 힘들었다. 그 어떤 작품보다 고민이 많았다. 저나 배우는 물론 스태프 막내까지 최선을 다했다. 잠도 안오고 속도 메스꺼운 순간이 많았다. 언제부턴가 이 고민이 행복햇다. 그렇기 때문에 덤덤할 수 있는 것 같다. 어떻든 대중의 비판은 이 작품이 감당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종말의 바보’는 넷플릭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