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지난해 11월13일. 그리고 3월23일 개막전 이후 처음이다. 디펜딩 챔피언 LG가 올시즌 첫 경기 승리 후 처음으로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개막전 승리 후 짧은 연승과 연패를 반복했고 5월 중순까지도 중위권이었으나 이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5월23일 대전 한화전부터 14경기 지난 7일 수원 KT전까지 14경기 12승 2패. 7일 두산에 패한 KIA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비결은 뚜렷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야수진 뎁스가 10구단 최강을 자랑한다. MVP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는 많지 않지만 전 포지션을 수준급 선수로 채웠다. 무엇보다 타격 혹은 수비만 잘하는 게 아닌, 주전 선수 9명 모두 공수가 두루 뛰어나다.

특히 주전 같은 백업 내야수 구본혁이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구본혁이 타격에서 진화하면서 LG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부상 공백을 최소화했다. 김범석이 지난 6일 2군으로 내려갔으나 1군에 자리한 55일 동안 타자로서 존재감을 뽐낸 것도 큰 보탬이 됐다. 구본혁은 결승타 6개, 김범석도 결승타 2개를 기록했다.

2023년과 다른 점도 있다. 마운드다. 선발과 불펜의 희비가 엇갈렸다. 지난 몇 년 동안 늘 고민이었던 선발진와 늘 두꺼웠던 불펜 뎁스가 정반대다.

지난해까지 LG는 늘 캠프에서 토종 선발 오디션을 진행했다. 오디션은 페넌트레이스로 이어졌고 시즌 내내 4, 5선발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통합우승을 차지한 지난해에도 개막 로테이션과 시즌 종료 시점 로테이션이 완전히 달랐다. 선발진 다섯 자리 중 케이시 켈리 한 명만 생존했고 네 자리가 모두 바뀌었다.

올해는 변화가 없다. 작은 부상 혹은 관리 차원에서 최원태와 임찬규가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는 했지만 기본 골격은 개막전과 똑같다. 디트릭 엔스~임찬규~켈리~최원태~손주영 개막 로테이션이 반환점에 다가가는 지금까지도 유지됐다. 유지는 안정을 의미한다. 엔스와 켈리가 동반 부진에서 벗어나면서 LG는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부문 28회로 1위에 올랐다. 2023년에는 50회로 이 부문 8위, 2022년에는 59회로 이 부문 5위였다.

마냥 청사진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불펜진은 예전 같지 않다. 양과 질에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인다. 2021년부터 3년 동안 불펜 평균자책점 1위에 자리했는데 올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영찬과 김진성을 제외하면 필승조가 수시로 바뀐다. 1군 마운드에 오르는 모든 중간 투수에게 필승조 문이 열렸으나 정착이 안 된다. 캠프부터 필승조로 낙점한 백승현 박명근 이우찬이 부침을 겪는다. 셋 다 부진 혹은 부상으로 최소 한 번은 2군으로 내려갔다.

염경엽 감독과 김경태, 김광삼 투수 코치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는 필승조로 올려야 하기에 매일 오디션을 진행한다. 경헌호 2군 투수 코치 또한 이천으로 내려온 투수가 반등하도록 심혈을 기울인다. 함덕주의 복귀 시점이 6월 중순에서 8월로 미뤄졌고 박명근도 후반기에 복귀하는 만큼 필승조 오디션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그래서 안심할 수 없다. 1위 등극에 취할 여유도 없다. 이지강 백승현 김대현 최동환 김유영 중 누군가는 유영찬 김진성과 함께 승리 공식으로 올라오기를 바란다. 염 감독이 “지금 우리는 1위를 해도 내려갈 전력”이라며 냉정히 팀을 바라본 이유도 아직 미완성인 불펜에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