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양양=김민규 기자] 화려하진 않다. 정확한 샷으로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 박민지(26·NH투자증권)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사상 첫 단일 대회 ‘4연패’ 대기록까지 18홀 만을 남겨뒀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은 덤이다. 박민지가 시즌 첫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에 ‘대회 4연패’까지 금자탑을 완성할 수 있을까.
박민지는 8일 강원도 양양 설해원 더레전드코스(파72·6652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총상금 12억원) 2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3개를 잡으며 3언더파 69타를 쳤다. 중간합계 11언더파 133타를 적어 공동 2위 그룹인 현세린, 신유진에 두 타차에 앞서며 전날에 이어 1위를 지켰다.
‘4년 연속 우승’ 타이틀이 걸렸다. 박민지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 대회 정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올해도 우승하면 ‘최초’란 수식어가 따른다. 박민지는 대회 첫 날 버디 9개를 쓸어 담고 보기는 1개로 막으며 8언더파 64타를 써냈다. 코스 레코드 타이기록을 작성하며 단독 선수에 올랐다. 2라운드에서도 ‘1위’를 굳건히 지켰다.
이날 박민지는 한때 현세린에게 잠시 1위를 내주기도 했지만 전반 7·8번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며 다시 1위로 올라섰다.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힘차게 후반에 돌입했지만 타수를 더 줄이진 못했다. 그래도 침착하게 8홀 연속 ‘파’를 적으며 1위로 2라운드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박민지는 “오늘 샷이 나쁘지도 않고 퍼트도 괜찮았는데 2번홀 폭우가 쏟아지면서 어려운 홀이 몇 개 있었다. 위기를 잘 넘기고 기다리다 보니깐 버디 찬스를 살릴 수 있는 기회들이 많이 왔다. 3언더파로 잘 마감했다”며 “다만 후반 마지막에 체력이 떨어져서 ‘조금 더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에서 아쉬움 점도 있다. 오늘 한 홀이 더 없어서 다행”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와이어투와이어 우승까지 18홀을 남겨뒀다. 게다가 최초 대회 4연패다. 대항마로 주목받은 이예원, 황유민, 박현경이 지난 6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대회 코스를 두고 “(박)민지 언니 코스”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예상은 적중했다.
박민지는 “코스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설해원만 오면 샷이 잘 맞는 것 같다”며 “내일 체력 안배를 위해 종아리에 압박 스타킹을 하고 침대에서 엘(L)다리로 혈액순환을 도와준 다음에 8시간 숙면을 취할 것”이라고 말해 취재진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4연패가 눈앞이다.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를 지키면 된다. 지금 심정은 어떨까. 그리고 내일 승부처는 무엇일까.
박민지는 “내일 경기 관건은 내가 정신을 차리느냐, 못 차리느냐인 것 같다”고 웃으며 “이번 주가 조금 긴 것 같다. 왜냐하면 스스로 자꾸 긴장하려고 해서 계속 긴장하지 않으려고 나와 싸우는 중이다. 일단 2라운드까지 선두에 와 있다는 것 자체가 좀 멋지다고 생각한다. 내일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서 내가 하고 싶었던 공약을 꼭 이뤄내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와 별개로 대회 주최 측은 우승상금 2억1600만원에 더해 ‘4연패’ 특별 포상금 3억원을 내걸었다. 박민지가 4연패를 이룬다면 무려 5억1600만원을 받는다. 다른 선수가 우승할 경우에는 특별 포상금 1억원이다. 우승상금이 사실상 3억1600만원으로 늘어난 셈.
박민지는 “받으면 좋지만, 아니면 마는 것”이라며 “별로 중요하진 않다. 그것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민지 대항마로 꼽혔던 이예원은 2라운드에서 3타를 잃어 중간합계 1언더파 143타로 겨우 컷 통과했으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 참가했던 박현경은 이븐 파를 기록해 컷 탈락했다. 황유민은 중간합계 4언더파 140타로 공동 17위로 2라운드를 마쳤다. 윤이나, 방신실 등 KLPGA투어 대표 ‘장타퀸’들도 컷 탈락 고배를 마셨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