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저작권은 창작물의 독창성과 결과물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권리다. 방송작가의 저작권은 대본을 창작하는 작가들의 원고료, 그리고 해당 방송이 재방송 등을 통해 2차로 사용 됐을 때 발생하는 재방송료를 의미한다. 기존 지상파 및 케이블 채널만 존재했을 때는 작가들의 저작권이 존중받았다. 그러나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OTT시대가 도래하면서 작가들의 저작권까지 양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콘텐츠 흐름이 뉴미디어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작가들의 저작권이 인정받을 수 없게 되면 한국은 콘텐츠 OEM(주문제작방식) 생산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스포츠서울’은 K콘텐츠의 중심인 작가들의 저작권이 글로벌 OTT에 침해당하는 사태를 집중 취재했다.

tvN 드라마 ‘또 오해영’(2016), ‘나의 아저씨’(2018), JTBC ‘나의 해방일지’(2022) 등 숱한 히트작을 집필한 스타작가 박해영 작가가 동료 작가들의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 한국방송작가협회 저작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자본력을 앞세운 글로벌 OTT들이 국내 제작사에 작가들의 저작권까지 통으로 양도하는 계약을 맺는 상황에 맞서고 있다.

박해영 작가는 10일 ‘스포츠서울’과 서면 인터뷰에서 “글로벌 OTT들이 작가, 감독, 연기자의 모든 저작권을 각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며 “작가 저작권을 양도하는 대신 원고료를 더 많이 준다는 얘기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는 사실이다. 실제 많이 준다고 하더라도 일부 작가들”이라고 선을 그었다.

방송의 개념이 바뀌었다. OTT엔 재방송도, 해외 판매도 없다.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콘텐츠다.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

박 작가는 “인터넷상이라 하더라도 수익을 계산할 방법이 있다”며 “릴리즈 기간을 놓고 계산하는 법, 접속 시간으로 계산하는 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저작권료를 적용할지 서로 협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역시 작가의 저작권이 인정되고 있지 않다. 방송사를 비롯해 스타 PD들도 채널을 개설해 콘텐츠로 인한 부가 이익을 얻고 있지만,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0원이다.

박 작가는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이 숏폼형태로 편집돼 유통되면서 방송사는 유튜브에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작가들의 저작권료는 없다. 일부 방송사들이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지만 요율이 터무니없이 낮다. 방송사와 협상을 통해 현실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작가 저작권은 중요한 화두다. 미국은 협상을 통해 ‘재상영분배금’을 받고 있고, 유럽은 ‘공정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법제화한 상태다. 한국에선 지난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논의됐지만,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박 작가는 “과거의 낡은 법에 포함되지 않은 인터넷상 저작권을 법제화 혹은 협의하자는 것”이라며 “기술은 변하는데 법이 그걸 쫓아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OTT에 얽힌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창작 주체들과 연대를 통해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다. 박 작가는 “감독, 연기자 등 창작자들이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행동하게 될 협의체를 곧 구성할 예정”이라며 “이후 본격 법제화를 위해 전문가와 함께 세미나와 공청회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향후 로드맵을 밝혔다.

정부에서 권장하는 ‘표준계약서’가 제대로 쓰이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박 작가는 “작가에 따라 계약서에서 저작권을 양도할 수 있지만, 이는 선택의 문제다. 저작권 양도가 OTT 업계 관행이 돼선 안 된다”며 “현재 표준계약서가 제대로 쓰이는지 조사하면서 인격권 포기 같은 작가에게 불리한 내용의 계약서 작성을 근절하도록 정부에 요청하고, 제작사에도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박 작가는 “저작권 양도와 인격권 포기가 관행으로 자리잡으면, K콘텐츠의 창작 의지는 꺾일 수밖에 없다”며 “좋은 콘텐츠의 시작은 좋은 글이다. 창작 의지가 꺾이지 않게 작가의 저작권과 인격권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