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모델출신 배우 장기용은 훤칠한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자랑한다. 그간 멜로장르에서 세련된 역할을 맡았던 그가 확 바뀌었다. 전역 후 3년만에 돌아온 안방에서 더벅머리에 생기 없는 눈빛, 우중충한 옷을 입고 처참히 무너져 내리는 인물로 변신했다.
지난 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장기용은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우울증 환자이자 사춘기 딸 아빠인 복귀주를 연기했다. 몸무게도 12kg나 감량했다. 장기용의 연기 변신에 대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3년만의 작품이라 부담이 컸지만 그래도 잘 해낸 것 같아 뿌듯해요. 한 아이의 아빠이자 행복했던 과거가 처참히 무너진 감정 연기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죠.”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은 대대로 초능력을 물려받은 복씨 집안의 사람들과 그 가족 앞에 나타난 의문의 인물 도다해(천우희 분)를 둘러싼 이야기다. 최종회에서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4.9% 자체 최고 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장기용이 연기한 복귀주는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초능력이 있지만 우울증으로 행복한 기억을 죄다 잃어 초능력까지 상실한 인물이다. 사고로 아내를 잃은 상처 때문에 술로 허송세월을 보냈던 복귀주는 의문의 여인 도다해(천우희 분)를 만나 잃어버린 능력을 되찾기 시작한다.
장기용은 아내를 잃은 슬픔부터 어린 딸에 대한 서툰 부성애 등 불행과 행복을 오가는 복귀주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우울증이 있는 인물이란 점에서 가족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장기용은 “내 안의 다양한 모습을 꺼내는 과정이 재밌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데 그 과정과 느낌이 좋았다”고 만족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번 작품으로 데뷔 후 처음으로 아빠 연기에 도전하게 됐다. 그는 “생각보다 빨리 아빠 역할을 하게 됐다”며“마지막 촬영 때는 정말 내가 아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 역의 박소이가 제 딸로 보였다. 부성애를 가늠할 순 없지만 미리 간접체험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모델 출신인 장기용은 2014년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tvN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이지은)을 괴롭히는 사채업자 이광일 역으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첫 주연작 MBC ‘이리와 안아줘’에 이어 tvN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간 떨어지는 동거’, SBS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로맨스 장르에서 두각을 보였다.
20대를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온 장기용은 입대로 바쁜 일상에 쉼표를 끊었다. 2021년 입대 해 지난해 1년 6개월의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
“20대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어요. 작품과 작품 사이 쉬는 시간도 거의 없었죠. 오히려 군 복무 기간 동안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되 여유와 쉼을 챙기며 마음이 건강해야 일도 멋지게 해낼 수 있단 생각을 군대에서 배웠죠.”
장기용은 8월부터 무려 5년 만의 아시아 팬미팅 투어에 나선다. 최근 tvN ‘선재 업고 튀어’로 큰 인기를 얻은 변우석과 예능에서 맹활약 중인 주우재 등과도 오랜 친분이 있는 그는 “같이 모델 활동을 했던 동료나 형들이 잘되면 진심으로 기분이 좋다”며 “모델을 했던 시절이 힘들기도 했지만 저한테는 좋은 기억이 많다. 최근 모델 출신 동료들의 활약으로 다시 그 시절을 회상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20대의 장기용이 있기에 현재의 제가 있고 복귀주를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도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후회없이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며 ‘30대 장기용’ 시대를 예고했다.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