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배우 홍예지에게 MBN 드라마 ‘세자가 사라졌다’는 보석 같은 작품이다. 세자빈 최명윤으로서 확고한 캐릭터를 구축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다.
세자 이건 역을 맡은 엑소(EXO) 출신 배우 수호와 호흡을 맞추며 ‘건윤커플’, ‘백구커플’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홍예지는 “전작 KBS2‘환상연가’가 사극이라 다시 사극을 안 하려고 했는데 대본이 좋아 생각이 바뀌었다”며 “나에겐 인생사극이었다. 아마 안 했으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 같다”고 웃었다.
‘세자가 사라졌다’는 1회 0.9%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가구 전국 기준)로 출발해 마지막 회인 20회에서 5.1%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박철 작가의 대본과 김진만 PD의 연출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홍예지는 “작가님이 배우들을 참고해 대본에 녹여낸 덕분에 글읽기도 수월하고 표현에도 어려움이 없었다”며 “PD님께서 감정 장면을 찍을 때마다 직접 옆에 오셔서 많이 상기시켜 줬다. 배우들 감정을 하나씩 잡아주신 게 몰입에 도움 됐다”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대본이 입에 맞지 않으면 배우들이 대사 처리를 할 때 어미가 조금씩 바뀌는데 그런 부분이 없게끔 실제 배우의 말투까지 최대한 대본에 반영했다는 게 홍예지의 설명이다.
명윤은 등장부터 강렬했다. 동네 무뢰배들에게 비속어를 쓰며 ‘펀치’를 과감하게 날렸다. 사내들과 술 내기에서도 전혀 밀리는 법이 없었다. 여성에 대한 차별을 당연시했던 조선을 떠올리면 감히 상상하기 어렵지만, 드라마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홍예지는 “사극에서 여성이 비속어를 쓰면서 등장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명윤이 유교 사상을 깨려고 하는 친구라는 생각에 연기로 표현하는 게 재밌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초반 당당했던 명윤은 후반부로 갈수록 웃음 대신 눈물이 많아졌다. 아버지 최상록(김주헌 분)은 대비 민수련(명세빈 분)과 불륜을 저지르고 왕을 독살하려 했다. 여기에 도성대군(김민규 분)이 명윤을 짝사랑하면서 세자 이건(수호 분)과 삼각관계를 이뤘다.
홍예지도 “사극이라 힘든 점보다 로맨스 연기가 힘들었다”며 “아버지를 만나고 와도 세자 앞에선 밝은 척해야 하는 연기가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게 해준 게 수호였다. 엑소 데뷔곡 ‘으르렁’을 초등학생 때 보고 자란 홍예지는 수호가 대선배란 생각에 선뜻 다가가기 힘들었다.
“제가 낯을 좀 가리는 편이거든요. 계속 불편해하면 안 될 거 같아 대화를 많이 하면서 어려움을 풀었어요.”
촬영이 6개월간 지속되면서 추위 때문에 힘든 나날을 보내기도 했다. 남자배우들은 품이 큰 한복 안에 여러 겹 껴입을 수 있지만, 여배우들은 한복 외엔 추위를 버텨낼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홍예지는 “맨몸으로 맞서는 느낌이라 정말 힘들긴 했다”며 “얼굴 근육이 얼어 대사를 하는 것도 힘들었다. 사극 촬영은 여름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순위가 바뀌었다”고 멋쩍게 웃어 보였다.
홍예지의 어려움을 온전히 이해해 준 건 선배 명세빈이었다. 명세빈은 “데뷔 초 내 모습을 보는 거 같다. 주연의 부담감을 알고 있다”며 “힘든 게 있으면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다 얘기하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넸다.
장염까지 오면서 탈수 현상에 링거까지 맞았다. 입원을 권유하는 병원을 마다하고 촬영장에 나왔다. 제작진은 촬영 스케줄을 바꾸며 배우를 배려했다.
“정말 이런 촬영장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PD님께서 다음에 현대극 만들면 꼭 함께 하자고 하셔서 그 말씀을 꼭 믿고 있어요(웃음).”
Mnet ‘프로듀스48’(2018)로 연예계를 데뷔한 그에게 이번 드라마 OST 제안도 들어왔지만, 정중히 거절했다. 완벽하게 잘할 자신이 없단 이유에서였다. 앞으로도 연기에 집중하며 커리어를 키울 생각이다.
“데뷔했을 땐 믿고 보는 배우가 됐으면 했는데 요즘은 꾸준한 게 최고인 거 같아요. 공백기가 길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