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최악의 수비진 줄부상으로 K리그1 3연패 도전에 비상등이 켜진 울산HD에 ‘천군만마’가 가세한다. 국가대표 수비진의 핵심 요원인 베테랑 정우영(35·알 칼리즈)이 중동 생활을 청산, 고향 팀 울산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서 현역 마지막 불꽃을 태운다.

28일 K리그 이적 시장에 정통한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울산은 사우디아라비아 알 칼리즈와 1년 계약이 끝나 자유계약(FA) 신분을 얻는 정우영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 정우영과 연봉 등 세부 협상을 마쳤으며 오는 7월1일 메디컬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하반기 울산 선수로 K리그에 데뷔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주역인 정우영은 붙박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월드컵만 두 차례(2018 러시아) 경험했다. 지난 2015년 6월 국가대표팀에 데뷔한 뒤 3선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거듭났다. 카타르 월드컵 이후 수비진 세대교체 바람 속 잠시 대표팀을 떠나있었으나 이달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2연전(싱가포르·중국)을 앞두고 1년 3개월 만에 복귀했다. 2경기 모두 풀타임을 뛰었고 한국의 무실점 연승에 기둥 구실을 했다. 포백 앞에서 공수 연결 고리는 물론 베테랑답게 경기 리듬을 조율하면서 건재함을 알렸다. 대표팀 내에 동명인 후배 정우영(슈투트가르트)의 존재로 ‘큰 정우영’이라는 애칭도 따른다.

지난 2011년 일본 J리그 교토 퍼플상가에서 프로로 데뷔한 정우영은 해외 리그에서만 클럽 커리어를 쌓았다. 주빌로 이와타, 비셀 고베(이상 일본), 충칭 리판(중국)을 거쳐 2018년부터 알 사드(카타르) 유니폼을 입고 중동 무대를 누볐다. 특히 알 사드에서 세 차례 리그 우승을 경험하고 월드컵에서도 활약하며 전성기를 그렸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리빙 레전드 사비 에르난데스 감독 밑에서 뛰기도 했다.

그러다가 정우영은 지난해 여름 알 사드와 계약이 끝나면서 진로를 고민했다. 선수 황혼기를 보내는 만큼 지난해부터 국내 무대에서 뛰는 것을 고려했다. 그때도 울산과 연결된 적이 있다.

울산의 학성중, 학성고 출신인 정우영은 수장인 홍명보 감독과도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사제 연을 맺어 동메달 리스트로 뛴 적이 있다. 다만 당시 알 칼리즈에서 좋은 조건으로 정우영 영입에 나서면서 깊이 있는 대화가 오가지 못했다. 마침내 1년이 지나 뜻이 닿았다. 정우영은 중동에서 받은 연봉 수준을 대폭 삭감하면서도 울산 제안을 받아들였다. 전성기 폼에서 더 멀어지기 전에 국내 팬 앞에 서고 싶다는 의지도 따랐다.

정우영은 지난 11일 중국과 월드컵 예선 직후 울산으로 내려와 쉬면서 구단과 견해를 좁혔다. 그 사이 K리그1 타 클럽도 그에게 영입 제안을 했다. 그러나 정우영은 고향 울산을 선택했다.

울산은 정우영 영입으로 최대 난제였던 수비진의 급한 불을 끄게 됐다. 현재 김영권과 황석호 등 베테랑 센터백이 줄부상을 입은 데 이어 3선 역시 박용우(알 아인)가 지난해 중동으로 떠난 뒤 명확한 대체자를 두지 못하고 있다. 원두재가 상무에서 전역해 돌아오나 정우영은 풍부한 경험을 앞세워 그라운드의 리더 구실도 할 자원이다. 특히 정우영은 대표팀에서는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지만 소속팀에서 중앙 수비도 두루 겸한다. 스리백과 포백도 유연하게 소화할 수 있다. 홍 감독과 코드가 맞는 베테랑이다.

최근 고교생 수비수 강민우까지 실전 그라운드에 내보내는 등 수비진 부상 리스크에 신음한 울산은 정우영의 가세로 한층 안정적이고 다채로운 방어망을 구축할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