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압성 저산소증 유발…젊고 건강하다고 방심하면 안돼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유럽 여행길에 오른 회사원 A씨는 지루한 비행시간을 이겨내기 위해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한 캔, 두 캔 마시며 영화를 보다 보니 어느새 17캔을 마신 것. 승무원이 제지하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느냐며 아찔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동남아로 골프여행을 떠난 회사원 B씨는 공항 면세점에서 구매한 양주를 이동하는 기내에서 오픈했다. 함께 여행하는 지인들과 잔을 기울이다 보니 4시간 비행 내내 술을 마셨다고 한다.

저가항공을 제외하고 대부분 항공사는 맥주, 와인, 위스키 등을 무료 제공한다. 맥주의 경우 캔으로 주지만, 와인과 위스키는 컵에 따라 한 잔씩 내준다. 무료이다 보니 욕심을 냈다가 망신당한 사례들도 종종 들린다.

그래도 위급상황이 안 일어나서 다행이다. 왜냐하면 장거리 비행 중 술을 마시고 잠을 자면 심장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 항공우주센터 연구팀은 만 18~40세 건강한 남녀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대기압 수면실과 20438m 순항 고도 수면실에 배치했다. 그리고 맥주, 와인, 보드카 등을 마신 사람과 마시지 않은 사람의 수면 주기,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순항고도에서 술을 마시고 잔 사람은 수면 중 평균 산소포화도가 85% 내외로 하락했으며, 심박수는 분당 평균 88회로 증가했다. 반면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의 산소포화도는 평균 88% 이상, 심박수는 77회 미만이었다.

그러나 대기압 조건에서 술을 마시고 잔 그룹은 산소포화도 95%, 심박수 분당 77회 미만으로 조사됐다. 술을 마시지 않은 그룹의 산소포화도는 96%로 비슷했으나 심박수는 64회 미만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연구팀은 “고도가 상승하면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건강한 사람도 산소포화도가 낮아질 수 있다”라며 “산소포화도가 90% 아래로 떨어지면 저기압성 저산소증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건강에 자신 있는 젊은 층이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 특히 고령 승객과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에 따른 기내 알코올 섭취 제한을 두는 방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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