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를 선택하는 건 차량 특유의 부드러움과 정숙성, 그리고 잔고장이 없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작용한다. 렉서스에 대한 그런 이미지는 오랜 기간 성능을 바탕으로 구축되며 고급화 브랜딩에 성공했다. 최근엔 모터스포츠, 오프로드 무대로 확장하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도 꾀한다.
하지만 주변 렉서스 오너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안심하고 탈 수 있다는 신뢰가 구매로 연결되는걸 알 수 있다. 이는 노재팬 등 일본제품불매운동 시기와 같은 특정 기간을 제외하면, 연속성을 가진다.
최근 흐름을 보면 전동화 전환이 비교적 늦은 도요타그룹의 전기차 판매지수는 약세지만, 하이브리드 차종은 약진하고 있다. 특히 도요타의 럭셔리브랜드 렉서스는 지난 1~4월 국산.수입차 전체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 판매비중이 가장 높다.
렉서스의 준대형 세단 ES 하이브리드 모델은 그 기간동안 국내에서 2417대가 팔렸다. 수입 하이브리드차 판매 1위다. 그 뒤를 이어 도요타 라브4(751대), 렉서스 NX(640대), 렉서스 RX(604대), 도요타 캠리(589대) 순이다. 하이브리드 열풍에 힘입어 도요타는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인 5조엔(약 44조원)의 영업이익을 찍었다. 전기차는 시기상조이고 하이브리드가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전략이 적중한 모양새다.
이번에 시승한 ES 300h(하이브리드)는 직렬4기통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배기량 2487cc 차량으로, 연비는 복합 17.2km, 도심 17.3km, 고속 17.1km라고 공인한다. 효율적 연비를 위해, 에코모드를 선택시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이 작동한다. 이처럼 불필요한 가속을 줄여 연비가 더 향상되는 기능도 장착했다.
ES 300h를 직접 몰아보니, 뛰어난 연비 성능과 함께 운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기본적으로 가속 성능이 뛰어나다. 쾌주 본성을 깨울만큼 밟는대로 반응한다. 또한 상대적으로 얇은 핸들을 통해 차량과 운전자의 싱크로율이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특히 달리고 싶어하는 엔진의 질주본능이 가속페달을 밟은 발바닥으로 느껴진다. 엔진 출력이 운전자의 발을 고스란히 타고 올라오는게 흥미롭다.
그 감각은 여러 소음 저감기술(세겹의 차음시트, 플로어사일렌서, 서스펜션타워사일렌서, 어쿠스틱글래스, 노이즈저감휠 등)로 인해 차분한 차량 내부와 대비되며 더 직관적으로 다가온다. 반면 차량 외부에선 엔진룸의 떨림이 노출되는 듯하다. 주택가 이면도로를 주행할, 앞선 보행자가 차량 접근을 인식하며 안전하게 옆으로 물러나곤 했다.
차량 내부 인테리어는 첨단과 클래식이 공존한다. 핸들 뒤에 자리잡은 7인치 컬러 LCD 미터는 가독성 있게 운전정보를 표시하고 운전자 우측의 12.3인치 스크린 모니터는 쉽게 조작가능하다. 더불어 손끝으로 느껴지는 터치감이 확실하게 작동여부를 알려준다. 아날로그 감성을 품은 기어봉은 매우 친숙하게 다가온다. 다만 앉은키가 큰 운전자의 경우, 리어뷰미러가 우측 시야를 살짝 가릴 수 있다.
안전장치는 한층 진화했다. 탑재된 사고 예방기술엔 긴급제동 보조시스템(PCS), 차선추적 어시스트(LTA), 다이내믹 레이더크루즈컨트롤(DRCC), 오토매틱 하이빔(AHB) 등이 있다. 특히 밀리미터 웨이브 레이더의 감지 범위 확대 및 카메라의 성능 향상으로 주야간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까지 감지해 미연이 사고를 방지하게 돕는다.
그리고 차량내부 곳곳에서 풍부한 음향을 뿜어내는 마크 레빈슨 17스피커 서라운드 시스템은 운전하는 내내 귀를 흡족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