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는 있는 사람들의 큰 고민거리다. 현행 상속세는 30억원 초과시 50%를 적용한다. 쉽게 말해서, 100억원을 자식에게 상속하면 50억원을 국가에서 가져간다. 자산가 입장에선 재산의 절반을 뚝 떼어가는 상황이니 헉! 소리가 나올 만하다.
그럼에도 상속세의 존재이유는 부의 세습을 막아 사회전체의 가용자산 증가, 즉 자산순환의 이유가 있다. 소수에 재산이 집중되면 불의 불평등 뿐 아니라 시장 자체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운영도 어렵게 되는 악순환 구조에 빠진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산가 비율이 높은 고령층의 상속 증여가 활발해져야 소비가 진작되고 부가 배분된다.
상속세엔 기회균등의 목적도 있다. 달리기 할때 출발선의 위치를 어느 정도 맞추는 것. 또한 자산가의 재산형성은 본인의 노력이 가장 큰 부분이겠지만, 국가 인프라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상속세 제도는 이에 대한 사용료를 포함한다.
그런데 최근 정부의 상속세 입장이 엇박자다. 지난 16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한 방송에서 종부세의 사실상 전면폐지가 바람직하다고 설명한 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 세율은 대주주 할증을 포함하면 최고 60%, 대주주 할증을 제외해도 50%로 외국에 비해 매우 높다. OECD 평균이 26% 내외로 추산되기 때문에 일단 30% 내외까지 일단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날(1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진화에 나섰다. 최 부총리는 상속세·종부세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구체적 세제개편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방향성은 공감하더라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시급성을 같이 고민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책무다. 여론을 조금 더 수렴하겠다”고 했다.
결국, 짧은 시차를 두고 같은 정부에서 두 가지 입장이 나온 것. 그런데 충분한 조율을 거치지 않은 발언은 혼란만 부추긴다.
더구나 정부의 잇따른 감세정책으로 대규모 세수 결손이 올해도 예상된다. 지난해 법인세 감소 여파로 60조 가까이 구멍 났고, 올해도 30조원대 펑크가 발생할 거라는 우려가 높다. 부자감세인 상속세 인하도 세수결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상속세는 손봐야 한다. 1억원 이하 세율 10%, 5억원 이하 20%, 10억원 이하 30% 등 과세 구간이 만들어진 지 벌써 30년 가까이 됐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이 10억원 시대다.
우리나라 경제 수준에 맞춰 상속세도 이젠 손질해야 한다. 이 정도 재산을 물려주려면, 이 정도는 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점에 도달해야 한다. 공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 이때 단순비교는 멀리해야 한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OECD평균보다 높다고는 하지만, 세금은 복잡하다. 상속세만 놓고 따지면 오판할 수 있다. 소득세 등 전체적으로 놓고 비교해야 비로소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