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배우 문희에게 지난 달 18일 종영한 ENA드라마 ‘크래시’는 소중한 작품이다.
극 중 남강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TCI, Traffic Crime Investigation) 소속 어현경 경장을 연기한 그는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현경과 자신의 닮은 점을 포착했다. 범인을 제압하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나 밝은 에너지로 주변을 웃게 만드는 점이 그렇다.
“평소에도 씩씩하다는 얘기를 종종 듣곤 하는데 드라마를 촬영하며 현경이랑 저랑 비슷한 점이 많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제 내면에서 현경같은 모습을 끄집어내 투영하려고 노력했죠.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보내기 아쉬운 작품이에요.”
어현경 역을 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거쳐 오디션에서 발탁됐다. 긴머리를 싹둑 잘랐다. 짧은 머리가 형사 역할에 어울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액션의 쾌감을 살리려 무던히 애썼다. 액션 스쿨에서 낙법을 배우며 구슬땀을 흘렸다. 태권도를 1년 배운 것과 걸그룹으로 익힌 춤 동선 덕분에 액션 연기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가죽 재킷을 입고 오토바이로 범인을 추격하는 장면은 현경의 매력이 고스란히 나오는 장면이었다.
문희는 “현경이 무술에 능한 캐릭터다. 어설프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돌려차기할 때가 제일 화려하게 나왔다”고 회상했다.
문희는 2015년 걸그룹 마이비로 데뷔했다. 2017년 보너스베이비로 재데뷔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같은 해 JTBC ‘믹스나인’에 출연해 최종데뷔조까지 올랐지만 당시 양현석 YG대표 프로듀서가 출연자들을 데뷔시키지 않으면서 활동이 요원해졌다.
2018년 배우로 전향했다. 웹드라마 ‘드림아이돌’ (2018), ‘김슬기 천재’(2019), TV조선 ‘어쩌다 가족’(2021), KBS2 ‘멀리서 보면 푸른 봄’(2021), 티빙 ‘방과 후 전쟁활동’ (2023) 등 크고 작은 작품에 두루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지난해 7월부터 이어진 5개월간의 촬영은 더위와 추위와의 전쟁이었다. ‘크래시’ 촬영에 가장 많이 쓰인 각 그랜저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았다. 여름엔 차 안 온도가 50도에 육박했다. 찜통 그 자체였다.
주인공 연호 역의 이민기가 “창문 열고 촬영하면 안 되냐”고 할 정도였다. 숨이 턱턱 막혀 목을 축이며 겨우 촬영했다. 겨울엔 패딩점퍼 안에 핫팩을 여러 개 붙여 몸이 최대한 얼지 않게 했다.
‘크래시’ TCI팀은 해체됐다 최종회에서 재결합했다. 문희는 “아직 도로 위 교통범죄가 다 끝나지 않았다”며 “TCI가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시즌2가 간절하다”며 웃어 보였다.
단서가 있다. 표명학 경찰청장 비위 사건 투서를 검토하는 감사관(박지영 분)이 현경의 엄마다. 방송엔 미공개됐지만, 시즌2가 나온다면 TCI팀과 결합해 새로운 이야기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