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방송인 박수홍(53)이 자신의 출연료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친형 박 모 씨(56)의 항소심 재판 증인으로 섰다.
서울고법 형사7부가 10일 오후 3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횡령) 혐의로 기소된 박 씨와 배우자 이 모 씨(53)의 항소심 2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3시 11분경 박수홍이 남색 자켓에 흰색 바지의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법원에는 비공개로 출석했다. 박수홍은 담담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박수홍은 출석에 앞서 재판부에 피고인들이 자신을 볼 수 없도록 칸막이 시설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박수홍은 박 씨 부부와 마주하게 됐다. 다만 박수홍의 심신의 안정을 위해 박수홍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존재 박정은 변호사도 증인신문석에 동석했다.
박 씨 부부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동생 박수홍 씨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는 과정에서 엔터테인먼트 회사 라엘과 메디아붐 등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며 박수홍의 출연료 등 6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앞서 2월 박 씨가 라엘에서 7억 2000여만 원, 메디아붐에서 13억 6000여만 원을 횡령했다고 인정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박수홍의 개인 계좌 4개를 관리하면서 16억 상당의 개인 자금을 사적 유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형수 이 씨는 회사 운영에 적극 가담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공범의 증명이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친형 측과 검찰 측 모두 항소했다.
이날 열린 항소심 두 번째 재판에서는 박수홍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앞서 재판에서 검찰 측은 1심 재판에서 피해자인 박수홍의 의견 소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증인 출석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박수홍은 “너무나 억울했던 점이 30년간 법인의 매출 100%를 제가 일으켰다. 다른 소속사로 가도 되지만 가족이고 정말 사랑하고 신뢰했기 때문에 1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동업을 했다. 그런데 ‘가족회사’라는 이유로 (피고인들이) 재량권을 부여해서 제 자산을 마음대로 유용한 것을 원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걸 보고 원통함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친형에게 재무를 믿고 맡긴 이유에 대해선 “어려서부터 형이 재무를 담당해왔기 때문에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추호도 의심을 하지 않았다. 배분과 지분도 모두 7대 3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했다”며 “연예계 생활이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소속사와의 분쟁이 많은 곳이기도 하고 형제인데다 제 앞에서 늘 검소한 모습과 ‘저를 위해 살고 있다’고 늘 말했기 때문에 의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형에게 절대적으로) 의지한 것도 잘못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죽고 싶을 만큼 참혹했다”며 “어려울 때 가족을 믿어야 하고 혈육의 손을 잡아야 한다 믿는 대중에게 제가 나쁜 영향을 주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 한 사람의 희생을 담보로, 하물며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이 재판이 정말 힘들지만 바로잡으려 한다”고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 jayee212@sportsseoul.com